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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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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ug 20. 2024

주지마세요

아침편지

어제 허리를 젖히고 오래 힘을 줬더니 알이 배었어요. 새벽에 등이 저리대요. 파드마를 짜고 명상했어요. 20분 즘 지났나요. 몸 어디에도 고통이 없어요. 호흡만 선명합니다.


느리게 책상 앞에 왔어요. 움직이려니 다시 저릿해요. 온몸이 떨릴 만큼 힘을 준 까닭이에요. 보기만큼 제가 힘이 없어요. 장군이 꿈은 아니라 요령껏 할게요. 


잘 잤나요? 오늘 약속이 많아요. 친구 하나, 아는 사람 하나 번갈아 여기 온대요. 점심, 저녁 식사 약속이 있어요. 밤엔 '나예 작가님' 문해력 강연이 있고요. 어제는 하나도 곁에 없더니 오늘은 풍성합니다. 무엇보다 수영장 가는 날이라 신나요.


아이들과 비행기 타고 일주일 즘 한국에서 떠나 있으려고 해요. 예약은 해놓은 상태예요. 바다가 있는 곳, 어디든 가려니 대부분 '우기'네요. 입금을 미루고 있어요. 결정하고 소식 전할게요.


대개 11월쯤 '건기'가 시작입니다. 겨울에 여름 바다라니, 그것도 좋아요. 서둘러 가려면 돈도 더 들 테고요. 나를 어르고 달래는 중입니다. 


오는 손님 중 하나가 어제 고민을 털어놨어요. 사람을 좋아해서 매번 상처를 받는다고요. 우리, 그런 경험이 있죠. 동성이라도 그래요. 짝사랑 같으면 낫겠어요. 매번 나는 좋은 걸 주려고 애썼는데, 상대가 나에게 아픔을 줍니다. 거절보다 못한 거절일까요.


릴스에 올린 적이 있어요. 자기 껍데기를 위해선 단 하나도 주지 말자고요. 여기서 껍데기란 좋은 엄마(아빠), 착한 딸(아들), 좋은 여자(남자)를 말해요. 세상이 말한, 또 내가 믿고 있는 껍데기들이요.


언젠가 저를 살펴보니 역할 놀이에 심취해 있더라고요. 내가 만든 나의 이미지를 증명하고 내세우는 행동을 하는 거죠. 나는 저 사람이 좋아서 이 말과 행동을 한다고 믿지만. 정작 나의 껍데기를 위한 경우가 많아요.


정말은 네가 아닌 '나'를 위해 준 거라면. 억만금을 준대도 상대에게 준 게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상대는 받은 게 없어요. 돌려줄 것도 없는 거죠.


그냥 주세요. 주기 싫음 주지 말아요. 좋은 말 안 해도 괜찮아요. 말이든 행동이든, 물질이더라도 주고 싶을 때만 주세요. 맺고 끊는 건 삶이 하지, 우리가 하는 게 아닙니다.


밤에 줌(zoom)에서 뵐게요. 화요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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