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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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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ug 21. 2024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고

안녕하세요. 모처럼 바람 위로 비가 내려요. 지나가는 여름을 추억하기 좋은 날입니다. 태풍 영향이라는데 그곳은 괜찮은가요? 


밤 사이 딸이 팔을 흔들어 깨웠어요. 어지간히 잠귀가 캄캄한 사람이라요. 일어나 보니 열린 창문에서 천둥 번개가 치고 있어요. 비도 제법 내리고요. 어미 고양이 루나는 머리맡 쿠션 위에서 '야옹'하며 울고 있네요. 


먼저 창을 닫았어요. 바깥에 나와 아깽이들 옆에 창도 닫아줍니다. 시간이 4시면 엉거주춤 일어나려 했는데 세 시예요. 도로 누우니까 이젠 잠이 안 와요.


늦은 밤 열었던 '나예'작가님의 문해력 강연을 곱씹었어요. 저도 질문을 했더랬어요. 공부를 잘하는, 소위 스카이라고 칭하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일을 못하는 경우를 물었는데요.


문해력은 쉽게 말해, 읽고 소화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할까요. 초록창 검색하면 '공부'와 이어집니다. 틀리진 않을 거예요. 여기다 더해 사회생활을 '잘' 하는 것도 문해력과 관련한다는 거예요. 의문이 든 것은 공부 잘하는데 '불통'인 사람, 맥락 이해가 더딘 사람들이에요.


나예 작가는 똑 부러지게 자기 생각을 말했어요.


책을 읽지 않았거나 대개 비문학만 읽은 경우라고요. 문해력은 어휘력만큼이나 공감 능력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거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돌아봤어요. 먼저 스카이를 졸업하지 않았고요. 일 잘한다는 소리는 꽤나 들었던 것 같아요. 세상 제일 관심 많은 건 사람, 사람의 마음입니다. 단발머리 중학생 때 집안 책장에서 뽑아 들었던 책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예요.


일 잘한다고 못한다고 큰일이 나진 않아요. 그래도 나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이 점은 중요한 것 같아요. 혼자 잘 먹고 잘산들 재미없잖아요. 뭐든 같이 먹어야 맛있는 법입니다.


공감은 물론, 바른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 새벽 세 시에 덩그마니 천장을 보며 새겼습니다. 시끌시끌했던 먼지가 내리는 비에 가라앉네요. 차분히 젖은 기분에 있어야지요.


벌써 그립습니다. 우리의 지난여름이요. 뜨거운 날은 지나기 마련인걸요. 그대의 오늘을 같이 보고, 듣고 공감하고 싶네요. 빗길 찬찬히 다니시고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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