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촉촉한 금요일 아침입니다. 어떤 글을 쓸까,에서 어떤 하루를 보낼까에 생각이 이어졌어요.
같이 일했던 친구 하나가 집에 왔는데요. 잊고 살던 사람이 생각났어요. 회사에서 직원을 뽑은 적이 있어요. 직접 면담하고 일을 가르쳤습니다. 저와 동갑이었어요.
오밀조밀한 얼굴이고 술을 좋아하는 몸이에요. 아들 둘을 혼자 키우는데 축구를 한다네요. 기숙사 비용이다 뭐다, 돈이 드는 것 같았어요. 이혼한 남편은 양육비를 한 번도 준 적이 없다고 해요.
알아서 하면 될 일도 알려줬어요. 돈을 많이 벌게 해주고 싶었어요. 오지랖이 없는 사람인데 이모저모 마음이 갔습니다. 동병상련이었을 거예요.
생각처럼 따라오지 않았어요. 어려운 걸 시킨 게 아니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서요. 이를테면 약속을 잡는데 이따금 빠지는 식입니다. 사정이 있다지만 저부터도 시간을 일부러 낸 참이에요. 회사 밖 약속이라 바람맞은 날엔 혼자 있어야 했어요.
어느 날 돈을 빌려줄 수 있느냐 물었어요. 얘기한 돈이 한 장인데 세 배를 주었습니다. 정말 '준다'는 마음으로요. 돌려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내심 더 열심히 일할 거라고 믿었어요.
한 달 얼마씩 갚겠다 말했는데요. 푼돈으로 쪼개는 데다 그렇게 갚으려면 한참여요. 딱 한 번 받고 그 뒤론 없었어요. 뻔한 월급이고 지출에다 갚을 길이 뿌옇더라고요.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데요. 그때엔 넘치던 돈이 한쪽으로 흘렀을 뿐이에요. 안타까운 건 그 이후 그분의 처세입니다. 대책이 없을 순 있는데 뭐 하나 노력 없이 헤매어서요.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 점차 말을 아꼈어요.
나의 '말'이나 행동으로 사람이 바뀌지 않아요.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꿈틀 해야 해요. 제가 그 역할이길 바랐는데 오만했어요. 그때 말고도 무력감을 느낀 일은 수없이 많아요. 아이를 키우면서도 종종 무릎이 꺾입니다.
할 수 있는 건 '나'뿐이에요. 도와주겠다는 마음을 내지 말자는 건 아니지만요. 설사 자식이라도 자갈길을 걷도록 바라보고 허용할 수 있어야겠지요.
읽고 쓰렵니다. 밤편지를 보내는 날이에요. 금요 라방이 있고요!
우리, 남의 행복은 몰라도 내 행복은 책임지기로 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