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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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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ug 29. 2024

내가 보기엔 태양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아침편지

금빛 아침이에요. 책상엔 향기가 머물러요. 선물 받은 페이퍼 인텐스 덕분이에요. 지익 성냥을 그어 종이에 붙이고 후, 불어 끄면 은은한 향이 퍼집니다. 모기향 생각하시면 돼요. 들고 있는 건 '포레스트 드림'이라요. 이름도 예쁘죠?


어제 오후 내내 아이와 자전거를 탔어요. 날이 선선해도 골짜기 진 곳마다 송골송골 땀이 맺혀서요. 나무 아래 아이랑 멈췄어요. 길 따라 굽은 바람이 젖은 이마를 스쳐요. 영원처럼 행복한 순간이에요.


갈 곳을 정하고 움직였어요. 처음은 도서관, 그다음 국숫집이요. 사연 없이 목적지에 닿을 수 있을까요? 몸을 세워 바퀴를 굴려야 하는 언덕도 있었지요.


목적지가 눈에 그려지면 멈추거나 길을 돌아도 당도하게 돼요. 며칠 전 목표와 목적에 대해 편지에 적었는데요. 이야긴 금요 라방에서 더 풀어볼 생각이에요. 


아이가 숙제를 하기 싫어합니다. 예상하시겠지만 숙제하라고 닦달하는 건 이 어미가 아니에요. 자기 스스로가 자기에게 말하는데요. 제가 하는 말이라곤 "오늘 숙제는?" 이 즘이라고 보시면 맞아요.


대개 책상 앞에 숙제를 올려놓고 투덜대기 시작해요. 그런 아이를 다른 책상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봤어요. 


"이걸 왜 해야 하냐고! 왜 이렇게 많은 건데?"


누구랑 대화하는가 싶어요. 혼자 중얼대며 인상을 팍 썼다가 한숨을 쉬었다가. 한참 시동을 걸어요. 결국 연필을 들고 끄적입니다. 


마음속 소리를 밖으로 뱉어내는 아이를 보면서 안심하기도 해요. 버릇이 있다, 없다보단 편히 속을 꺼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제겐 중요해서요.


아이를 보며 한 번 더 생각이 들었어요. 좀 하기 싫은 일이라도 '왜'가 있어야 하지요. 내가 '왜 돈을 버는지.', '왜 이러고 사는지.' 그걸 알아야 해요. 목적을 말하는 게 맞지만 거창하지 않아도 좋아요. 적어도 '왜'를 알면 지금 이 순간 불행하지 않아요.


햇볕이 이 나무를 비췄는데 지금은 다른 나무를 비추고 있어요. 명확히 말해 태양은 거기 있고 지구가 움직이는 거지요. 세상이 나를 이래라저래라 옮기는 것 같지만 오직 내가 움직이는 겁니다. 


기쁘게 아침 열어볼까요. 이따 또 만나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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