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문장 3주차 <쓰기의 감각>

민혜의 주간 문장 #글로쓰다

by 하민혜
글쓰기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워 가는 것이다. 그럼 지금은 어떤 상황이냐고? 확실한 건 우리 모두가 이 세계에 신물이 나 있고,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화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베이징 사람들처럼 으르렁거리고만 있을 것이다.
앤 라모트 <쓰기의 감각> 167p



글을 쓸 때 벌어진 일을 떠올려 본다. 먼저 나는 과거의 나를 조명하게 됐다. 후회나 미련이 덕지덕지 붙은 일을 만나기도 했다. 그때의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음을 알면서도. 아니, 실은 최선이었는지 모르겠다. 뭐에 끌려가듯 선택한 일도 있다. 이건 뭐, 본 적 없는 타인이나 다름없달까. 과거의 나를 비난해도 소용없다. 결과가 남았거나 말거나, 그때의 그녀는 실체가 없다. 불러다 혼이라도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거를 들추어내 글로 형체를 짓고 보면 타자에 대한 아량이 커진다. 먼저 나부터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걸 깨닫게 되니까. 감히 누가 누굴 심판한단 말인가. 흉을 보고 싶다가도 창피해진다. 이것만으로 세상을 향한 사랑이 커지면 좋겠지만. 적어도 공감 능력이 향상하는 건 분명하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환경 문제나 전쟁 문제 역시, '공감'의 부재에 기인한다. 좁혀 바라보면 개개인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관계 문제만이 아니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도 공감은 필수 요소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추잡한 면에조차 고개를 끄덕일 용기가 필요하다. 만일 나의 자아들 중 특정 자아를 내치려들 거나 숨기면 자아 분열이 일어난다고 본다. 매일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거나, 지킬 앤 하이드의 결말을 맞이할지도.


자기 사랑은 거지 같은 나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부터 시작이다. 나와의 관계가 멀면 정신적인 문제만 야기하는 게 아니라 삶 전반이 흔들린다. 재정적인 문제부터 성취 역량과도 관련한다. 자기 자신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데 자기 문제를 바로 알 수나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가 길러야 할 능력은 어쩌면 '공감 능력' 또는 '수용 능력'이 전부일지 모른다. 그걸 기르기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가 아닐까.


우린 조잡한 글만큼이나 내 머릿속 생각이 엉망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때로는 너무나 솔직한 나머지 나만큼 비열한 인간이 또 있을까, 낙담한다. 물론 진실한 글쓰기를 통해 우울증에 걸리는 수도 있겠다. 대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면 세상 받아들이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동안은 가면을 쓰는 갑갑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러나 저러나, 살기 아니면 죽기다. 글쓰기를 멈출 까닭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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