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이에요. 날이 차요. 지금엔 유독 새까만 밖이라 아파트에 켜진 불빛이 보석처럼 반짝이네요. 이 시간에 나는 새벽을 보려는가, 나를 보는가 싶어요.
매트 자리해서 이 생각, 저 생각 기울기를 반복하는 머리에 그만, 불이 붙었어요. 그 불은 머리만 태우면 됐지, 몸을 가득 메워서요. 이렇듯 불타오르면 당연하게도 스스로 괴롭기 마련이에요. 자기 자신만 그러냐면 아프게도, 곁에 사람은 연기에 질식될 것만 같고 이따금 그 불이 옮겨 붙기도 하지요. 가만히 타오르는 불꽃을 응시하니 그 재료라곤 정작 삶에 중요하지도 않은 잡념이에요.
'먼저 고양이 화장실을 치운 다음 바닥을 쓸고..', '10월이 다 가는구나.' '일하는 데 미니 가습기를 하나 두면..'
생각은 끝을 모릅니다. 나는 내가 태어난 일을 본 적 없고 아쉽게도 나의 죽음마저 볼 수 없어요. 보는 거라곤 나 아닌 다른 생명의 탄생과 소멸뿐이지요.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는 나의 삶과 찾아오는 문제들처럼, 생각 역시 마찬가집니다.
가로등이 자신을 비추건 말건 서늘한 나무는 소리 없이 고요하네요. 안으로는 나만큼 바쁘고 복잡한 게 분명한데 어쩜 한결같을까요. 제 롤모델을 드디어 찾았습니다.
지난 금요 라방에서 말했는데요. 2024년은 기념비적인 한 해예요. 사람의 연대기를 쓰고 그래프를 그리자면 24년은 바닥을 지나는 셈이에요.
그런 중에 읽고 쓰고 매일 새벽을 만났어요. 무엇보다 어깨를 툭툭, 한두 번은 쳐주고 싶은 것은 제가 어디로든 도망가지 않은 점이에요.(아직은요.) 아침 편지를 쓰는 일에나 요가하고 밥 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가끔 약속하고 고백하듯, 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나무로써 괄목할 만한 성공은 열매를 맺는 일일지 몰라요. 가느다란 가지에 도톰하게 알이 차오른 열매라면 마음까지 풍성해지지요. 이럴 줄 알고 나무는 비바람 속에도 잎을 띄우고 꽃을 피웠을까요, 나의 일체로 느낄 것들이 시들어 나뒹굴 때엔 마음이 아프진 않았을까요?
누구에겐 오늘이 씨앗을 심는 시기이고, 애써 피운 꽃의 시듦을 아파하는 시기일 수 있어요. 맺힌 열매로 한아름 달콤한 '때'일 수도 있지요. 글쎄, 슬프고 아름다운 건 이 모든 게 지나간다는 거예요.
어느새 천막을 거둔 창밖에 노랗고 붉게 물든 나무가 서 있습니다. 거짓말처럼 들리실지 몰라도 제 롤모델인 그가 속삭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요.
오늘내일은 특별히 더 춥다네요. 다시 기온이 올라도 나날이 겨울을 향해 갑니다. 몸 마음 따듯하시길 바라요. 한 주 시작을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