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시간

오늘 하루는 하루종일 맑음

by 하민혜


- 그동안 아무런 대가 없이 내게 요리를 해주신 분들의 위대함이 새삼 내 마음을 두드렸다. 할머니와 엄마는 어떻게 생색도 안 내고 그 많은 일을 해왔던 걸까? 그저 ‘을 차려준다’라는 단순한 표현 아래 모든 걸 음소거 한 채. 모를 땐 몰랐지만, 알고 나니 밥을 먹을 때마다 뭉클하다.

(신민경–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 내어주지만 무엇을 내어준다는 생각이 사라진 그 자리엔 오롯이 사랑이 담겨 있다.


오래간 기부를 하고 있다. 생활이 나아서가 아니라 늙고 스러질 몸과 하염없는 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자 부러 애를 쓴다. 최근 정리가 화두에 올라 안 쓰는 물건, 입지 않는 는 옷, 책 등을 모두 정리해 기부처에 보냈다. 주변만 정리하는 게 아니라 핸드폰 어플부터 활동 않는 단톡방들을 지운 후 이윽고 돈 정리에까지 뻗어 나갔다. 카드를 잘라 없애고, 지출을 꼼꼼히 정리하다가 기부하는 곳이 7군데로 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 줄여야 하나 하고 계산하는 나를 보고 흠칫 놀랐다. 애초에 기부하는 금액이나 행위보다 본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이 정도는 해야 할 것만 같은 죄책감으로서 행동하는 것을 유의하려 한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이들에게조차 온전히 내어주지 못하고 대가를 바랄 때가 있다. 이를테면 엄마는 이만큼은 해야 한다거나, 스스로를 억누르고 너희를 위해서 이만큼을 하고 있다는 둥의 마음이 올라온다. 그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면 아이들에게 혹은 세상에게 손가락질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 (엄마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두려움은 그저 내어주는 사랑만큼이나 못내 아이들에게 스며들고야 만다. 지금에도 기부하는 마음과 그를 줄이려는 본심을 들여다본다. 사랑인가, 두려움인가. 만일 두려움이라면 하지 않은 만도 못한 일이니까. 초라한 나는 오늘도 두려움 아닌 사랑으로서 살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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