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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Jan 08. 2023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딴짓 중입니다만...


OTT 서비스가 만연한 요즘,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예전 글에서도 밝힌 것처럼 저희 집 TV는 골동품 같습니다. 나오는 채널은 MBC, KBS, SBS, EBS1, EBS2 이렇게 다섯 개뿐이죠. 자연스레 드라마는 멀리하게 되었고, 평일에는 TV를 켜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저희 딸들은 어떻게 <금쪽같은 내 새끼>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슈룹> 같은 프로그램을 제게 보라고 추천하는 걸까요? 제게 슬쩍 권하면서 한마디도 잊지 않습니다. "엄마가 보면 좋아할 거 같아서..."


사실 제가 TV를 잘 보지 않는 이유는 지나치게 빠지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서... 게다가 본 걸 보고, 또 보고... 물리도록 봐야 떨어지기 때문이죠. <미생>이 그랬고, <나의 아저씨>가 그랬고,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그랬습니다. 제가 보고 또 보는 드라마를 아이들은 썩 좋아하지 않지만, 간혹 엄마랑 오랜 시간 앉아 정주행하며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즐거움 때문인지 <비밀의 숲>은 함께 보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저는 혼자 드라마 한 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책이 드라마로 나온다고 하면 보통은 책을 먼저 읽고, 드라마를 보는 편인데... 사실 이 책의 존재를 저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출판사, 편집부, 글을 쓰는 작가가 나오는 이 드라마가까운 지인의 추천 때문에 보게 되었기 때문이죠. 마감이 있는 원고를 쓰기 시작하며 기타의 것에 저의 노력과 주의를 빼앗기기 싫어서 미루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추천까지 받았는데... 우선 첫 편을 보고, 더 볼지 말지 결정야겠다 생각했... 벌써 4회째입니다. (이하는 스포가 있을 예정입니다)


암 투병을 하는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는 한석규와 김서형은 이혼을 하려고 했던 부부 사이입니다. 대장암 말기라는 것을 알게 되자 남편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자신이 먹을 음식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게 .


한석규는 속박을 거부하는 프리랜서 여행 작가고요. 아내에게 해주는 음식 레시피를 블로그에 적은 글, 읽는 사람들은 슬프다고 느낍니다. 제법 오랜 기간 떨어져 살았던 부부를 지켜보던 고3 아들은 대학을 들어가게 되고, 입학 선물로 독립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곧 엄마가 큰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죠.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아들과 아버지는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편안한 목소리의 한석규는 정성스레 요리를 하고,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김서형은 차분하게 마지막을 준비합니다. 책도 드라마도 어두운 것보다는 밝은 것을, 폭력적인 것보다는 따뜻한 것을, 무서운 것보다는 즐겁고 유쾌한 것을 선호하는 제가 슬픈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됩니다. 책의 부제가 '떠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거든요.


5회째 접어드는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라는 책을 사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 마감이 정해진 글을 쓰면서 이렇게 딴짓을 해도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딴짓도 집중만큼 잘하는 저를 어쩌면 좋을까요. 그나저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인상 깊게 보신 분들이라면 조심스럽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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