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어느 날, 페친 중 한 명이 자신의 10대 뉴스를 적어 올린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뉴스나 신문을 통해 서울시민이 뽑은 10대 뉴스, 올해의 10대 사건 등을 어렵지 않게 접하면서도 정작 '나의 10대 뉴스' 같은 것을 꼽아볼 생각은 왜 한 번도 하지 못했을까요? 그날 이후 12월의 마지막 날, 한 해를 돌아보며 '나의 10대 뉴스'를 선정하는 것이 저의 리츄얼이 되었습니다.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올해로 4년째. 기록으로 남긴 10대 뉴스를 읽어보니 저라는 사람은 무언가를 성취하고, 발전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크게 의미 있다고 여기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 다시 보니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고, 괜한 것에 시간과 정성을 쏟았구나 싶었던 것들도 이제 와서 보니 다 쓸모 있는 것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9년,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친구들이 저희 집에서 1박 2일 홈스테이를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10대 뉴스에 들지 못했던 것 중 하나인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이런 경험은 앞으로 다시는 하기 어렵겠구나 싶은 게...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아이가 서울시 아동 명예시장이 되어 그림자 보좌를 했던 일, 작은 아이와 함께 '독서 골든벨'에 나가서 2위를 한 것처럼 특별하고, 명예로웠던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제가 그해 하혈과 대상포진을 앓았다는 것, 덕분에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10대 뉴스에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몸무게의 변화는 전~~혀 없지만 대신 꾸준한 운동 덕분에 피곤을 덜 느끼는 체력이 되어가고 있으니 기록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죠?
2020년에는 상반기와 하반기, 이렇게 두 번에 나누어 10대 뉴스를 적었습니다. 비대면 강의를 위해 컴퓨터 모니터를 추가로 설치하고, 마이크를 새로 구입한 것이 10대 뉴스에 들어간 걸 보면 특별한 사건이 없었던 상반기였나 봅니다. 대면 강의가 확 줄어 시간을 융통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책과 무척 친해져서 다독과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 10대 뉴스에 속해있네요. 12월 23일 난생처음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은 것도 10대 뉴스 중 하나였습니다. 대통령기 국민독서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 G외고 학생들에게 개별 학습 컨설팅을 한 것처럼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거나 새로운 시도들이 하반기에 적혀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던 게 분명합니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2021년, 최고의 토픽이었네요. 경기가 좋지 않은 때에 사업을 시작한다고 주변에서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물론 지금도 쭉~~ 걱정이 많은 상태이지만... 남편은 회사를 다닐 때보다 훨씬 편안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차례가 되어 독서토론 모임의 리더를 맡긴 했지만 여느 해보다 자주 만나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저의 리츄얼을 회원들과 공유했죠. 덕분에 연말 모임이 풍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의 역할을 남편과 나누었고, 대신 저는 가르치는 일과 콘텐츠 보강에 힘을 쏟았던 해였습니다.
2022년,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브런치를 만난 것이 제겐 단연 최고의 10대 뉴스였습니다. 제 메일함에 여전히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는 메일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브런치 작가가 됨을 축하하는 메일이고, 다른 하나는 브런치를 통해 받은 출간 제안 메일입니다.
아이들은 좌충우돌 홀로서기를 위해 갖은 노력을 했고, 저 역시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며 서툰 엄마 노릇을 했지만... 그런 노력들이 크고 작은 성과로 이어져서 2022년 10대 뉴스를 장식했습니다. 작은 아이가 서울과학전람회에서 생물 분야 우수상을 받았고, 국어 성적이 크게 향상된 것, 큰 아이는 2학기 학급 회장을 맡아 책임감 있게 소임을 완수하여 외고 1년을 무사히 마쳤으니 저는 그것으로 만족입니다.
220시간에 달하는 수업을 들으며 온전한 학습자의 모드로 약 4개월의 시간을 보낸 것도 2022년, 제겐 퍽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준비된 우연'을 맞닥뜨린 신비한 경험을 했고, 덕분에 S 대학에서 두 번의 특강도 하게 되었으니까요. 강의 만족도가 높아서 내년에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으니 이 모든 것들은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과정들이었고, 동시에 기회였습니다. 일련의 이벤트들이 제게 준 메시지는 준비된 사람만이 우연을 필연으로 매듭지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023년도 용기 있는 선택과 꾸준한 노력, 크고 작은 시도들이 소소한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1월을 부푼 기대로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