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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Mar 30. 2022

중간고사 스트레스

아이들은 뭐든지 잘하고 싶다


어제는 작은 아이가 아파서 한의원에 들러 상담 받고 침도 맞았습니다. 3교시부터 아팠던 걸 꾹 참고 끝까지 수업을 듣느라 무척 힘들었다요. 점심도 먹지 못하고, 하루 종일 얼마나 괴로웠을까 생각하니 안쓰럽습니다, 




작은 아이는 제가 하는 학부모 교육에서 꽤나 인기가 습니다. 어느 집에나 다 있는 건 아닌, 알아서 잘하는 큰 아이와 한 가정에 적어도 한 명씩은 있을 것 같은 '느림보.물' 작은 아이를 소개하면 주받는 쪽은 늘 작은 아였습니다. 엄마 핸드폰에 저장된 '느림보 ○○○'을 '느림보물 ○○○'으로 바꿔놓을 줄 아는, 친구와 웹툰을 사랑하는,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엄마가 나를 제일 모른다고 말하는 변덕쟁이 막내딸이 아프다고 하니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어른도 마음이 힘들거나 신경이 쓰이는 일이 생기면 입술이 부르트 살이 빠지는 것처럼 둘째 아이도 마음이 힘들면 몸으로 증상이 나타납니다. 주로 두통과 복통 그리고 아주 가끔 심장 마구 뛰기...  아증상으로 병원을 찾지만 그때마다 듣지도 않는 약만 가득 들고 니다. 작년에는 심장이 빨리 뛰 숨까지 쉬기 힘들다 해서 학교를 조퇴하대학병원 가서 각종 검사를 받았던 적도 있습니다. 제 심장에 문제가 생길 뻔했죠. 특별한 문제없이 아주 건강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들었지만 저는 환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갑자기 나타났던 모든 신호들이 혹시나 공황장애의 가벼운 증상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작은 아이는 겉으론 웃고 있지만 남들의 반응에 민감하고, 배려심 넘치게 남에게 마음을 쓰다 보니 상처를 잘 받는 타입입니다. 친구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도 많지만 겉으론 잘 드러내지 않는... 생각도 많고 철학적인 아이죠. 머리형의 엄마가 가슴형의 아이를 이해하려니 때론 '노오력'만으로 한계를 느낄 때 참 많습니다.




젊은 한의사 선생님은 이런저런 질문으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촉진을 하더니 아이의 명치가 딱딱해져 있다고 했습니다. 등의 특정 부위에 통증이 있는 것으로 봐서 스트레스로 위장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배가 아픈 것이라고 더군요. 마도 가정통신문으로 중간고사 시험 범위가 공개된 것이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정식(성적에 반영되는)으로 보는 최초의 지필고사를 아이는 잘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필 고사 전에 쏟아지는 수행평가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눈치고요. 아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게 몸에 무리가 올 만큼의 스트레스라니 살짝 걱정이 됩니다. 엄마가 도움을 줄까 물어도 봤지만 됐다고 하네요. 자신의 힘으로 공부를 하겠다는 아이의 생각은 너무나 기특하지만 어떻게 시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은지, 무엇부터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배워본 적 없는 아이를 그냥 바라보기만 하려니 갑갑합니다. 자기주도학습 강사를 옆에 두고도 써먹지 않는 작은 아이의 고집스러움을 견뎌내야 하는 건 엄마의 몫이 되었습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큰아이와 집에 오면서 하루 있었던 일을 주고받다가 동생 이야기를 했습니다. 동생이 아무래도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가 큰 것 같다고 하니 큰아이는 경험이 약이라고 니다. 시험도 경험이라고, 자꾸 보다 보면 무뎌지기도 하고,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는 것을 알아갈 거라고 하네요.




우리 아이들은 뭐든지 다 잘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각자 잘하는 것 하나 정도는 다 갖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공부'라는 기준에 맞지 않을 뿐입니다.


노는 걸로 최고, 웃는 걸로 최고, 동생을 잘 돌보는 걸로 최고,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걸로 최고, 재밌게 말하는 걸로 최고...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 잘하는 것을 자기 안에 고 있습니다. 공부 말고도 잘하는 게 있다는 것만으로 '난 꽤 괜찮은 사람', '난 쓸모 있는 사람'하고 느낄 수 있는 학교였으면 좋겠습니다.


지필고사 백점만으로는 알아보기 힘든 것들이 더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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