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점이 있다면 대입의 경우 3학년 1학기 성적까지만 반영되지만, 중학교는 3학년 2학기 기말고사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소서와 면접 강의를 수년째 하고 있습니다. 3년간의 기록은 분명 자신의 것인데, 생기부를 보고 자소서의 소재를 뽑지 못해 고전하는 모습을 저는 참 많이 목도했습니다. 그래서 딸아이에게는 여유 있을 때 서둘러 자소서를 작성해 놓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마침 여름 방학 기간에 방과후 수업으로 자소서 작성반이 개설되어 신청했다고 하더군요. 엄마가 봐주겠다고 했지만 한사코 학교 선생님의 강의를 듣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는 어느 정도 자소서를 완성해 놓았습니다. 교내 활동을 여러 개 하고 있던 터라 학기말에는 아이가 정신을 못차리더라고요. 자소서를 미리 써놓지 않았더라면 진짜 큰 일날 뻔했습니다.
그렇게 12월이 되었고, 후기고 접수 기간이 다가왔습니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가 후기고 전형으로 넘어왔지만 선지원 형태를 유지하다 보니 1지망에 해당하는 학교 두 개는 빈칸으로 두고, 2지망에 일반고 두 개를 적어 학교에 제출했습니다. 일반고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1지망과 2지망에 각각 2개의 학교를 적어 제출하기만 하면 지원이 끝납니다.
외고의 경우 대입 원서를 접수하는 사이트와 같은 곳에서 전형료를 지불하고, 인터넷 원서 접수를 추가로 해야합니다. 자정부터 열리는 사이트에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접수번호 1번으로 지원했습니다. 3년 후 대입을 미리 경험한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관련 서류를 학교에 가서 직접 제출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여유 있게 간다고 제출 마감 하루 전에 지원할 학교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아이는 학교로 허겁지겁 되돌아가는 친구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학교장 직인이 누락되었다는군요. 다행히 아이는 별 탈 없이 서류를 제출하였고, 원서접수는 이렇게 일단락되었습니다.
며칠 뒤 면접 대상으로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서류로 1차 전형을 거친, 정원의 1.5배수 학생들에게만 보내진 문자였기 때문에 기쁠 만도 하건만.... 마지막까지 자소서를 고치고 또 고쳐 이 역시 온라인으로 제출했습니다. 자소서는 면접 대상자만 제출하면 되거든요. 미리 써놓은 자소서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바빴을까요? 이제 아이는 일주일 뒤에 있을 면접을 준비합니다.
3년간의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작성한 자소서지만, 지원동기와 진로계획은 좀 다른 얘기입니다. 아이는 연신 '내가 왜 자소서에 이런 내용을 써가지고...'라며 후회했습니다. 면접으로 나올 것 같다고 뽑은 예상 면접 질문이 100개도 넘더라고요. 그저 옆에서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너의 이 모든 시간과 과정들이 값진 경험이 돼서 나중에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말하며 토닥이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모의면접을 몇 차례 도와주었습니다. 시선과 보이스 톤은 금방 교정되었지만, 답변을 두괄식으로 하는 것은 쉽게 훈련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로 화상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떨지 말고, 자신감 있게, 목소리는 크게, 얼굴은 되도록 웃으며...를 당부하고 들여보냈습니다. 면접관의 질문은 예상보다 날카로웠고, 두 개의 질문을 섞어놓은 복합 질문을 했더라고요. 아이는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답변을 준비하지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답하라고 일러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작 6분의 면접으로 입시의 당락이 결정된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그나저나 3년 뒤에도 화상면접을 할까 두렵습니다. 코로나19, 얼른 끝나야 할 텐데 말이죠.
크리스마스 이브에 합격을 확인했습니다. 잔인하기도 하지요? 떨어진 친구들은 어쩌라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런답니까?
신입생 첫 OT가 있었고, 중학교 과정의 학습 상태를 점검하는 시험을 치렀습니다. 바로 그날 오후, 개인별 점수와 학과별, 과목별 평균 점수가 공유되었습니다. 중학교와 너무 다른 시스템에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금의 너의 상태와 위치를 객관적으로 알게 해주니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3월 모의고사를 시작으로 다달이 시험을 치르게 될 아이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짠해집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다음 OT가 있는 날까지 한 달 남짓의 기간 동안 해야 하는 과제량에 저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 과제가 아니었습니다. 초등, 중등을 거치면서 이렇게 많은 양의 방학 과제는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이는 입학까지 남은 기간 동안 부족한 수학을 공부하고, 휴식을 취하며 책도 많이 읽어두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곳으로 가족 여행도 가고 싶다고 했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환상적인 계획으로 끝나야 할 것 같습니다.
입학식도 하기 전에 학과별로 오픈 채팅방이 생기고, 이런저런 정보를 물어오는 아이가 신기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엄마들이 모이는 오픈 채팅방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더군요. 100명이 조금 안되게 모인 엄마들끼리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등짝보다 큰 가방을 메고 학교 정문을 들어가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바라보듯 모든 것이 걱정스러운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