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카피만 카피냐.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작은 책은 하나의 잘 쓴 카피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버렸다. 읽다보면 박웅현 작가의 책을 읽는듯한 느낌도 살짝 나는데, 그의 후배이자 같이 일했던 사이라고도 한다. 어쩐지. 책 전반에 걸쳐 역시나 태도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일을 잘하는 건 언제나 태도의 문제다. 그리고 그 태도는 언제나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일을 한다는 건 언제나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는 실천의 문제입니다. 나의 행동만이 진짜 나라고 생각합니다. 일에서도 삶에서도"(6)
읽다보면 밑줄 긋고 싶은 부분들이 많다. 역시나 카피라이터의 책.
"그래서 나는 잘 나갈 때의 겸손보다 일과 인생이 바닥일 때의 찌그러지지 않는 품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때 '한 사람'이 필요하다. (18)
그리고 우리는 그 한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만든다. 카피를 쓰고 콘텐츠를 쓰고 글을 쓰고 책을 쓴다. 그런 면에서 모든 글은 문학적이다. 모든 이가 성공한 사람을 쳐다보고 있을 때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문학이라고 했던가. 그런면에서 모든 글은 문학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제 아무리 좋은 카피도, 목적 달성을 위한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도, 결국 다 하나의 의견이다. 의견은 사실에 대한 이해보다 선행될 수 없다. 언제나 사실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 의견을 궁리하고 제시하는 건 그 다음의 일이다. 잘 듣지 않고서 잘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사실에 기반하지 못하는 의견이 설득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 좋은 카피를 쓰고 싶은가? 우선 사실과 상황을 냉정하게 이해하자. 그러려면 잘 들어야 한다. 클라이언트의 말을, 소비자의 목소리를, 회의실 동료들의 견해를, 그래서 '쨍'하게 이해했을 때, 그때! 써라. (31)
나는 '광고에 정답은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광고 비즈니스의 숙명 중 하나는 예측이라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는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할지, 언제나 미래형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제안이란 미래에 속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디어의 설계도와 청사진만 가지고서 미래의 성공을 예측한다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실행의 논의 과정에서 '광고에 정답은 없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는 타이밍이란 게, 꼭 비겁하게 결정의 책임을 미루거나 아디어의 뾰족감을 뭉툭하게 후퇴시키는 경우에 일어난다.광고에 정답이 없다는 말은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상 1+1=2같은 명확한 답이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진 않더라도 더 나은 답이나 지금 꼭 필요한 답은 반드시 있다. 아니 어쩌면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지금 꼭 필요한 답이 뭔지, 더 나은 답이 뭔지, 그걸 찾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정답은 없는 거잖아'라며 도망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55-56)
언제나 더 나은 답이 있다. 그것을 집요하게 찾느냐, 찾지 않고 포기하거나 방관하느냐의 문제일뿐. 다른 사람은 쉽게 말할 수 있다.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그걸 누가 보겠어,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기획하는 사람은 다르다. 누가 보든 안 보든 기획자는 1mm 간격으로 상품을 기획해야 한다. 더 나은 답, 지금꼭 필요한 답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목표를 높게 가질 것이다.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매달릴 것이다. 더이상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결심하게 된다. 얇지만 마으을 흔드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무엇을 어떻게 썼길래 남의 마음을 터치할 수 있었는지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않으려야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나도 그처럼 계속 갈망하며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