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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PD Dec 27. 2021

필립 코틀러에게 마케팅을 배우다

-필립 코틀러와 손자병법

경영학을 전공했던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언제나 마케팅이었다. 회계 시간엔 대변과 차변이 헷갈려서 항상 헤맸었고, 통계는 왜 배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투자론을 배울 때만 은행과 투자회사들이 순 사기꾼들인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내가 경영학과를 나와서 계속해서 이쪽에 관심을 가진건 순전히 마케팅에 대한 순수한 감응 때문이었다. 마케팅 하면 지금도 쿠폰이나 광고, 특별 할인 판매가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마케팅은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서 핵심적인 질문을 통해 본질을 드러나게 만든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코틀러의 4가지 질문은 이것이다. 


- 당신의 제공품은 무엇입니까? (제품product)

- 제공품의 편익과 비용은 어떠합니까? (가격price)

- 제공품을 언제, 어디에 전달할 겁니까? (유통price)

-제공품을 어떻게 홍보할 겁니까?(홍보promotion)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4p다. 최근에는 이것이 공급자 입장에서 전달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었다는 비판에 맞서 4c로 바꾼 개념이 나오기도 햇다. 


---4c

- 당신의 제공품은 무엇입니까? (제품product) 

-> consumer value (소비자 가치)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비자가 가치있다 여기는 재화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제공품의 편익과 비용은 어떠합니까? (가격price)

-> consumer cost (구매비용) 소비자의 입장에서 결정하는 가격책정 방식 (가성비, 가심비)


- 제공품을 언제, 어디에 전달할 겁니까? (유통price)

-> convenience(편의성) 고객이 어디서 구매하는 것이 편리할까에 대한 고민


-제공품을 어떻게 홍보할 겁니까?(홍보promotion)

-> communication(소통) 기업을 경험하게 하는 소통을 통해 고객을 나의 팬으로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게 됨.


즉, 나의 제공품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고민이 추가된 것이다. 필립코틀러의 책 <마케팅 모험>을 보면 이 마케팅이라는 행위 자체가 인간이 살아가고 영위하는 모든 장소와 조직과 나라에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를 살리는 특정 '장소'에서의 마케팅, 표를 얻기 위한 마케팅으로서의 정치,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예술을 하는 박물관, 체험 경험을 마케팅하기 위한 공연예수르 완전히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한 변화, 비영리조직과 정부와 지역, 사회적 책임과 가난과 사회적 책임까지,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마케팅이라는 툴을 거쳐서 사람들에게 입력된다. 그렇기 때문에 바른 마케팅 정신을 갖는게 더욱 중요하다. 마케터가 사기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윤리와 홍익인간의 정신이 필요하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이렇게 말했다지. "마케팅은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실천적인 학문이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내가 매일 했던 것은 마케팅의 다양한 툴 가운데 swot분석이었다. swot분석은 어떤 제품이나 제공품의 강점과 약점, 위기와 기회를 분석해 차별화전략을 도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분석틀이다. 처음에는 창업하고 만들 상품들에 관해 고민을 시작했는데 결국 모든 시작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자신을 swot분석 해보기로 했다. 


- 나의 강점

- 내가 만들고자 하는 상품이 나의 취미이자 특기이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 상품이다.(그럼 책을 만든다는 것은 나의 덕업일치인걸까?) 

- 10년 동안 마케터로서 일해왔다.

- 스스로 기획력이 좀 있다고 생각한다. (검증되지 않음)

- 다양한 부분에 잡다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다양한 경쟁상품을 본다(시장파악이 용이)


- 나의 단점

내가 팔고자 하는 상품을 만들어본적이 없다. 

편집과정 전혀 모른다. 

교정교열 전혀 못한다. 

아는 작가도 없다. 

창업자금이 별로 없다. (5권 출간가능할 정도?)


- 시장기회

외주화가 많이 되어서 나의 단점인 편집과정을 외주로 맡길 수 있다.

작가주의보다 컨셉이 돋보이는 책들 또한 많이 사랑받고 있다. 

신문광고 등 돈이 많이 드는 전통의 홍보 방식의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 


- 시장위기

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에 점차 책을 읽지 않는 분위기.

다른 대체 콘텐츠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과연 지금 이 산업에 들어가는게 맞을지 확신이 서지 않음. 


여기서 엄청 거시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미래의 지식이나 국민의 교양의 수준이니 이딴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겠지. 아마도 내가 마케팅을 배우지 않았으면 그렇게 쉽게 비판하고 재단하고 평가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일을 시작하기로 했고, 나의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은 1인 출판사 창업뿐이었고, 그렇다면 바닥까지 내려가서 나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하고 싶어? 팔고자 하는 상품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데도 하고 싶어? 아는 작가 한명도 없는데 할 수 있겠어? 5권 안에 베스트셀러 나오지 않으면 접어야 하는데 괜찮겠어? 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인데 얼마나 할 수 있겠어? 단언컨대 나의 발목을 가장 잡았던 것은 내 안의 내 목소리들이었다. 하지만 창업을 하기로 결심한 이상 나에게는 그것을 잘해낼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나는 몰라. 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어, 우선은 내가 실천이라도 해보겠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실천하면서, 그것으로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겠어. 그리고 그것을 잘하기 위한 전략을 짤거야. 


나는 1인 출판을 시작하기로 했다. 편집의 과정을 잘게 썰어서 기획은 내가 하고 교정교열만 외주로 맡기기로 했다. 아는 작가가 없으니 처음부터 컨셉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고 양질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컨셉팅이 안 되어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주력분야를 잡는 것이었다. 어느 분야의 상품을 내기로 결정하는 것은 어느 싸움터에서 싸울 것인지 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말할 필요도 없이, 내가 유리한 분야에서 싸움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나는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기보다 질 것 같은 싸움터를 먼저 제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첫째, 아는 작가가 없으니 작가 팬덤이 강한 쪽은 가지 않는다.(문학, 에세이, 인문 분야 제외) 돈이 없으니 돈이 많이 드는 곳도 가지 않는다.(경제경영, 자기계발 제외) 자금 회수가 늦은 곳은 가지 않는다.(어린이, 유아 제외) 책을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드는 곳은 가지 않는다(학습, 요리, 실용 제외) 그러고 보니 남은 곳이 몇 곳이 없었다. 그리고 그 남은 몇 곳 중에서  그나마 내가 가장 관심이 있는 곳을 나의 싸움터로 정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시장싸이즈가 있어 보이는 것으로 첫 시작 5권의 출간리스트를 정했다. 


당시 내가 밤마다 읽던 책은 <손자병법>이었다. 손자가 생각하는 최상의 승리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미리 이기고 싸우는 것이다. 미리 이기고 싸우는 것이란, 싸우기 전에 이미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승리가 확정된 상황을 만들고 싸우는 것이다. 한마디로 "싸우기 전에 이겨놓고 싸워라." 이 말은 당시의 나에게 큰 희망을 주기도 했다. 싸우기 전에 이겨놓고 싸우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고, 믿고 싶었다. 나는 그것을 찾고야 말겠다고 결심했고 그렇게 칼을 가는 심정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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