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인성 이사님이 쓴 '마케터의 일'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사실 원제는 '마케터 ____의 일'인데요. 마치 저기 밑줄에 자기 이름을 써야할 것 같은 책 제목이네요. 배달의 민족으로 알려진 우아한 형제들의 브랜드 마케팅 이사시죠. 몇 년 전 우리 기관이 브랜딩에 대규모(?) 투자를 할 때, 기업 탐방으로 방문을 했었고 그곳에서 장인성 이사님을 직접 뵙기도 했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분의 음성과 얼굴이 오버랩되고 있습니다. 역시, 경험이란게 무섭네요.
장인성 이사님
그 책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챕터는 pg. 40 <일상에서 배운다. 일상관찰력>
보는 일이 관찰이 되려면 질문이 하나 필요합니다.
왜?
저는 스스로 질문을 많이 합니다. '당기세요'라고 적혀 있는 문을 밀면서 스스로에게 '왜?'라고 묻고,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받아 와서 뚜껑을 열고 식히는 스스로를 보며 '왜?'하고 물어봅니다.
'바로 마시기엔 너무 뜨거워서 뚜껑을 열고 식히는데, 그렇다면 좀 덜 뜨겁게 주면 더 좋지 않아? 나만 그런가? 너도 그래?'하고 물어봅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해요. '아메리카노는 원래 에스프레소에 끓는 물을 타서 주는 거니까 뜨거울 수밖에.' 그럼 '원래? 왜?'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원래'라는 건 지금까지 그래왔다는 것뿐이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니지 않나. 델 듯 뜨겁게 나와야 하는 이유는 뭐지 아메리카노를 받으면 모두들 뚜껑 열고 식히는데, 나올 때 부터 덜 뜨거우면 뚜껑 열고 기다리는 수고를 줄일 수 있는 거 아닐까. 제가 만약 카페를 연다면,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두 종류로 하겠습니다. '지금 마실 아메리카노', '이따가 마실 아메리카노.' 고객이 '지금 마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끓듯이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얼음 두 알 넣어드릴게요.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고, 어떤 사람들은 챙겨서 쌓아둡니다. 주어진 상황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고 '왜?'라고 둗고 '혹시 이런거 아냐?'하고 가설을 만들고 이야기해보기. '이러면 어때?'하고 상상속에서 바꿔보기. 이런 상상들을 쌓아두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을 거예요. 이것이 경험자산입니다.
'좋다!' 싶을 때 '왜지?'
'불편하다' 느낄 때 '왜?'
라고 물어보세요.
경험자산을 쌓아두는 게 필요하다고는 예전부터 느꼈지만,
필요을 실행에 옮기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더랬죠.
그 필요가 갈급하지 않았나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좀 쌓아보려구요. 이 브런치에.
그리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해야겠네요.
왜? 왜? 왜?
(국제개발 사업에서도 프로그램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인데요..root cause를 찾아야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왜? 라는 질문을 해야했습니다..)
오늘 저녁 두아이를 데리고 마실 나와서 걷다보니 스타벅스 DT까지 왔네요.
팀장님이 주신 쿠폰이 있어서 스벅에서 음료 한잔 하면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아내의 음료를 주문하고,
딸 아이가 먹을 것을 함께 고르는데, 아이의 손이 순식간에 이 물건을 집더군요.
이건 모냐.
케이크인데 마치 아이스크림 처럼 생긴..
이름도 참 기막히게 지었습니다.
'밀당 케이크'
아이들을 타겟으로 만든 제품같은데, 이렇게 케이크를 먹으면서 위로 올려주면 쉽게 끝까지 먹을 수 있는 제품이네요.
이거 보면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매장 주변을 보면 아파트로 둘러 싸여있고.
주거단지의 특성을 보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가족들도 꽤 있습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접시에 담긴 케이크를 포크로 먹이면서 자주 흘리고 먹여줘야 하는 것이 그냥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이런 식으로 케이크를 제품을 만들어 놓으니 그냥 손에 쥐어주기만 하면 되고, 케이크도 흘리지 않네요.
혹시나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와 함께 온 다른 가정도 똑같은 밀당 케이크를 먹고 있습니다.
역시 '스타벅스'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밀당 케이크를 기획한 사람은 분명 아이가 있는 부모이거나,
가족단위의 손님들을 열심히 관찰한 좋은 마케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사람은 어떤 '왜?'를 떠올렸을까요?
스벅을 찾는 가족손님들의 아이들은 왜 먹을게 별로 없지?
스벅의 메뉴 중에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커피는 안되지만, 케이크는 왜 아이들을 위한게 없지?
접시에 담긴 케이크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할 케이크는 없을까?
더 깊이 생각해보니..
아니 그런데 어쩌면,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제가 아이가 있으니, 아이를 가진 부모 입장에서 제품을 생각하다보니 위와 같은 추측을 한 것 같습니다.
제품 사진을 다시 한번 보죠.
드라이브 쓰루에서만 파는 상품인지, 커다랗게 DT(DT는 drive through겠죠)라고 적혀 있네요.
나는 운전하면서 커피도 먹고 싶지만, 달달한 케이크도 함께 먹고 싶은데.
접시에 포크까지 차안에서 어떻게 케이크를 먹어...
운전하면서 커피는 마시는데, 왜 케이크는 먹지 못하지?
운전하면서 케이크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먹으면, 달달한 케이크가 생각나는데..먹고 싶네..어쩌지..
이런 고민에서 상품이 나왔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상품이 나왔는데 모양새가 그렇다보니, 오히려 아이들에게 인기가 더 좋은 상품일지도 모르죠.
어쨌건, 스타벅스는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고객들이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좋은 마케터들이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