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스블록, 유리블록, 유리벽돌 등으로 불리는 이 자재는 생각보다 옛날부터 쓰였던 자재다. 내 기억에는 목욕탕, 병원 등에서 봤던 것 같다. 상업 공간이 아닌 집안에서 이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단독주택과 같이 공간의 다양성이 있는 곳에서는 도전해 볼만하다.
시골에 있는 이 낡은 단독주택에 들어가서 처음 마주한 것이 넓은 중문 공간이다. 공간이 넓지만 특별할 것이 없다. 신발장과 가벽과 유리로 만들어진 공간은 큰데 쓸모가 없어 보인다. 집안으로 더 들어가보니 가벽에는 선반을 설치하여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공간에 대한 컨셉이 없는 상태에서 별볼일 없는 선반은 일단 떼어냈다. 유리만 덩그러니 남은 상태에서 거실을 좀 더 크게 사용할 요량으로 중문 공간을 없앨까도 생각했는데, 시골의 단독주택은 추위 때문에 중문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생각을 고쳤다.
@엘르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디선가 글라스블록으로 만든 벽 사진을 보게되었다. 더 찾아보니 김나영씨가 19년도에 집에이 자재를 시공한 것이 이슈가 되었다.
아, 이거구나.
여기저기 알아보니 생각보다 시공이 쉬운 편이다. 화장실 타일도 직접 했는데, 이쯤이야 생각했다. 셀프에 용이하게 줄눈스페이스도 나와있고, 몰탈로 중간에 잘 넣고 쌓기만 하면 벽돌 조적보다 더 쉬운 듯했다.
두꺼운 유리도 철거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글라스블록을 상상으로 시공해보니(마인드 시공),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글라스블록 자재를 주문하려고 업체에 연락하니 사장님이 시공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주신다. 어랏, 더 준비해야할게 생겼다. 우리집 중문벽 정도면 작지 않은 크기라 프레임을 설치하고 해야한다고 한다.
글라스블록은 재단한 치수에 맞춰서 수량을 주문하고, 블록수에 맞게 스페이스도 구매했다. 그러나 문제는 프레임을 어디서 제작하냐다. 주변 공업사를 몇군데 연락하여 도면을 그려주면 제작해서 보내준다는 곳을 발견했다. 몇일 걸려서 프레임이 도착하고 프레임을 사각형태로 고정하고벽돌을 쌓아 올라갔다.
크기가 거대하기에 중간에 철근도 넣어야 한다. 안그러면 밀려서 넘어갈수도 있다고 한다. 셀프 시공 사례들을 보니 우리집만큼 큰 규모는 없었는지 이런 디테일한 시공과 자재 설명이 없었다. 덕분에 시공이 간단한 줄 알고 멋모르고 도전한 것이긴하지만..
글라스블록을 조적을 하고 스페이스를 끼워넣고 몰탈을 넣고, 꾹꾹 눌러주고, 다시 조적하고를 반복하다보면 천장에 닿게 된다.
새벽부터 시작한 작업은 자정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일반인이 셀프로 하려니 숙련도도 부족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블록 9개씩 12줄이 올라갔다. 108개의 글라스블록을 쌓아 올려 가벽을 만들어냈다.
하얀 줄눈을 넣어야하는데, 피곤해서 다음으로 미룬다. 몰탈은 놔두면 굳어버리니, 피곤하지만 뒷정리는 깨끗하게~유리도 대강 한번 닦아준다.
다음 주말에 백시멘트로 줄눈을 넣어 마무리를 했다. 기념으로 줄눈 배경으로 사진 한장.
유리에 묻은 시멘트를 닦아내야 작업이 온전히 끝난다. 유리는 깨끗해야 맛이고 멋인데, 유리가 108개나 되니 하나씩 닦는다. 뒤쪽도 있으니 총 219개의 유리창을 닦은 느낌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 블록.
사실, 빛을 투과해주는 글라스블록은 빛이 많이 들어오는 곳에 설치해야 제대로 기능한다.
옆에서 보니 초보자의 셀프 시공답게 면이 평평한게 아니라 약간 굴곡이졌다. 의도하지 않은 굴절의 아름다움까지 얻었다.
나중에 전기 시공하러 온 기사님이 유리블록벽을 보시고 이렇게 굴곡지게 시공을 해놓으니 특색있고 좋아보인다고 하신다. 어줍짢은 결과물에 관대하게 칭찬을 보태주신다.
없애려던 중문 공간이 밝게 빛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혹시 가벽을 만들거나 창문을 막으려고 생각한다면 글라스블록으로 시공해볼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