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목민 Jan 29. 2024

요리하지 않는 부엌 만들기

셀프인테리어 주방 타일 붙이기

싱크대가 촌스럽긴하지만 우리가 사는 주방은 그 형태나 모습이 비슷할거다. 상부장과 하부장, 싱크볼과 수전, 가스렌지와 후드로 구성되는 부엌의 싱크대는 거의 변함없다. 유행을 타는 싱크볼, 수전, 후드와 렌지만 변할 뿐 대부분이 인조대리석 상판에 단순한 문과 깔끔한 톤의 색상만 변할 뿐이다. 생활용 주방은 조리기구가 많다보니 부엌은 수납공간이 많이 필요한 곳이기에 10에 9은 전형적인 주방이다. 

그러나 내가 만드는 이 공간은 살기 위한 곳이 아니기에 더 단순하고 잘 사용하지 않는 재료로 특별한 키친을 만들고 싶었다. 그릇과 냄비, 주방용품이 많지 않아도 되니 수납공간도 대폭 줄이고 상부장을 없애서 개방감을 높여준다. 물에 약하지만 자연스러운 합판으로 싱크대를 짜고, 상판은 나무로 한다. 관리가 어렵지만 유니크하니까. 창을 크게 키워서 설거지 하면서도 밖을 내다보며 뷰를 감상하고 싶은 그런 키친을 상상하며 스케치 했다.


결론적으로 모든 것을 구현하진 못했지만...

일단 싱크대를 철거한다. 싱크대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단조로운 구성이다. 박스에 문짝을 단 정도이기해체도 별로 어렵지 않다. 수분을 먹고 썩어가는 곳도 있어서 힘없이 낡은 싱크대는 부서져가고 있었다. 쉽게 싱크대를 철거했다. 엄청난 폐기물이 생겼다. 싱크대로 가리지 않는 노출되는 부분은 타일을 붙인다. 보통은 세라픽스라는 타일용본드로 붙이는데 여긴 시멘트로 떠발이를 해놨다. 세라픽스 본드라면 스크레퍼로 긁어내면 될텐데 떠발이는 함마드릴로 벽면이 상하지 않게 드르륵 거리며 갈아내야 한다. 먼지도 심하게 날리고 힘도 많이 든다.

함마드릴도 처음 사용해본다. 정말 무겁다. 소리와 진동을 느껴보면, 처음엔 정말 무섭다. 벽이 다 깨질 것 같은데, 힘 조절과 각도로 갈아낸다. 손이 더덜더덜 떨린다. 라이언일병구하기 영화에서 수전증이 있는 톰 햄크스의 손이 생각난다. 함마드릴을 내려 놓고 그 장면을 따라해보며 피식 웃었다.

벽지와 떠발이 시멘트를 갈아내고 면을 정리해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타일 붙일때 면이 불규칙하여 타일이 균일한 두께가 되지 않아 모서리들이 울퉁불퉁해진다. , 예쁘지 않다.

창 주변이 어설프게 매꿔져 있어서 창을 넓히는게 쉬울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전용 원형톱으로 벽을 잘라내야한다고해서 공사가 너무 커지니, 통창을 포기한다. 설거지하면서 창으로 배밭 과수원을 감상하는 로망을 접는다. 지저분한 창 주변몰탈로 반듯하게 잡아준다.

타일을 어떤 것으로 할지 상당히 고민했다. 보통은 일반적으로 타일 업자들이 붙이기 쉬운 150x300이 많이 쓰이고 요즘은 더 작은 타일도 많이 쓰이는데 업자들은 싫어함. 작업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감. 타일 자르기도 번거롭다. 흔한 타일은 싫어서 가격과 디자인으로 한참 고민하다가 좀 저렴하지만 부엌에 잘 사용하지 않는 타일을 골랐다. 앞서 말한대로 나는 여기서 맨날 생활하려는 목적이 아니기에, 이 집과 잘 어울리면서 갬성 솟는 타일이면 된다.

결국 고른 것이 대형 300x600 이고 살짝 웨인스코팅 느낌이 나는 타일로 골라서 주문하고 창고로 가서 직접 받아 트렁크에 넣어 가져왔다. 어찌나 무겁던지 차가 주저 앉는 줄.. 이탈리안 잡 이라는 영화보면 미니쿠퍼에 금괴 넣고 질주하는 장면이 있다. 따라하고 싶었으나 10년된 내 차는 차 인생에 최고 고비였을 듯

시공도 쉽지 않다. 보통 가정집에 붙이는 타일들은 일반적인 세라픽스 본드로 그냥 고르게 펴 바르고 타일을 붙이고 줄눈만 잘 띄워주면 된다. 그런데 이 타일 커서 무게도 많이 나간다. 화장실에도 이 크기가 많이 쓰이는데, 이 타일은 일반 타일보자도 두껍다. 결국 특수 본드로 붙여야 한다. 타일이 커서 커팅도 쉽지 않다. 몇십만원하는 타일 커터 사기 아까워서 그라인더로 최대한 똑바르게 날려버리는데 (깔끔하게 하려면 타일커터로 해야함) 타일 길이가 고 두께가 두꺼워서 직선으로 그라인더를 이용해서 자르기 쉽지 않다.

이런 무거운 타일용 본드는 빠르게 경화되기에 작업도 능수능란하게 해야하는데, 혼자서 본드 펴바르고 타일 재단해 자르고 붙이고 하니, 쉽지 않다. 붙인 타일이 내려오기에 계속해서 제자리를 잡아주어야 한다. 줄눈 간격이 유지되지 않거나 내려와 버리면 상당히 안예쁘다. 와열 오와열~

여차저차해서 혼자 타일을 다 붙이고 그 다음주말에 줄눈을 넣었다. 혼자 하니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어서 끝내질 못한 것이다. 본드도 모자라서 더 주문해야했다. 타일을 다 붙이고 흰색 줄눈이 채워지니 고급진 느낌이다. 다시 봐고 창을 확장하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

딱 내가 원하는 느낌으로 나무 재질과도 잘 어울리고 가볍지 않은 묵직함이 타일에서 느껴진다.

주방 타일은 보통 유광이다. 국물이 튀거나해도 변색되지 않고 쉽게 청소가 가하기에.. 그런데 이 타일은 그렇지 않다. 김치찌개는 부르스타로 마당에서 끓여 오는 것으로~^^

웨인스코팅이 들어간 듯한 대형 타일의 느낌이 참 좋다. 크기는 좀 과한감이 있지만 무늬가 잡아주는 독특한 맛이 있는 타일이다. 사진에서 느껴지지 않는 촉감도 있다. 무광의 세라믹에서 느껴지는 보드라움이 있다. 만져봐야만 느껴진다. 가로로 할지 세로로 할지도 많이 고민했는데, 세로로 하길 참 잘한 것 같다.

하부장 들어올 곳은 타일을 안붙인다. 어차피 싱크대를 설치하면 안보이는 곳이기에~

창을 확장 못한 것도 아쉬운데, 싱크대 하부장도 합판으로 하질 못했다. 설계해서 재단하는 것까지는 하면 하는데 시간도 걸리고, 합판을 주문해야 하는데 자재 운반비와 재료비도 많이 드니, 시간 돈을 생각해서 이것도 포기. 결국 하부장은 기성품을 사서 시간과 돈을 아끼고, 그래도 상판은 포기하지 않고 나무로 직접 설치하는 것으로 결심하였다. 궁금한 분들이 있다면 싱크대 제작과정도 글을 준비해보겠다.


#ORCHARD




매거진의 이전글 유리 같이 빛나는 사람의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