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에서 제주로
홍콩과 다리 하나를 두고 마주한 중국 광동성 선전(深川)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촘촘히 쓰고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보금자리 제주에 자리 잡은 지도 이제 세 계절이 지나간다.
20대에 직장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지 20여년 만에 쉽지만은 않았던 그간의 회사 생활을 내려놓고, 나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인 제주로의 이주, ‘낭만’보다는 ‘촌’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이곳 서귀포 표선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조금만 더 버티면 두 아이에게 해외 특례의 기회를 줄 수 있는데! 그리고 어쩌면 나도 임원으로 승진의 기회가..!’ 여러가지 후회와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우리 네 가족은 남편의 기러기 생활 대신 가족이 똘똘 뭉친 목가적인 섬 생활을, 그렇게 주저 없이 선택했다.
제주에서 로컬러로써의 삶은 어떨까? 주변에서는 ‘제주 살아요’하면 열에 열 명 ‘너무 좋겠다!’ 라며 초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굳이 이주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어 좋지만, 정착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누가 ‘좋아요?’라고 되물어 본다면, ‘좋은 거 반, 나쁜 거 반이니 이주는 신중히 고민해 보세요’라고 대답할 것 같다. 이 흥미진진하다 못해 롤러코스터를 타는 로컬러의 삶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 풀어나가야겠지...!
얼마 전 재테크/자기개발서로 자주 추천되는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다 보니 눈에 띄는 내용이 있어 ‘이거다!’ 싶었다.
"배가본딩(Vagabonding)이란,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두려움과 마주하고,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공간에서 창의적인 관심과 흥미를 가꿔나가는 일이다."
그만두는 것은 어쩌면 포기가 아니라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고, 꿈을 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아름다운 선회라는 것. 어쩌면 낯설디 낯선 중국 타지에서의 6년의 삶, 그리고 습관처럼 몸에 베인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 섬에서 도민이 되어 차곡차곡 살아내어 가는 이 일련의 여정이 나에게 배가본딩과도 같은 것은 아닐까?
한동안은 푹 쉬어보리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어디 일 할 곳이 없나 연신 링크드인 알람과 당근 동네 알바를 확인하는 걸 보니 난 역시 타고난 일꾼인 듯하다. 익숙한 회사 메일함에서 빠져나와 나만의 할 일 목록으로 삶의 중심을 옮기고 싶은 배가본더의 삶을 위해, 그러면 이제 슬슬 내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