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드레스코드

= 아기띠

by 지혜로운 토끼


아기랑 외출하려고

임신 기간 동안 못 입었던 예쁜 원피스 입었는데

아기띠로 화룡점정이다.



만삭일 때 롱 패딩이 안 잠겨서

찬 바람에도 옷을 여미지 못했는데

아기띠를 하니 또 옷이 안 잠긴다.;



이렇게

엄마의 드레스코드가 아기띠일 때가 있다.



아기만 낳으면 무거운 배는 끝일 줄 알았는데

차라리 임신했을 때가 더 편했던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아기띠 하고 밥 먹고

아기띠 하고 요리하고

아기띠 하고 외출하고

엄마의 어깨가

엄마의 허리가 남아나지 않는다.



잠든 아가를 내려놓을 때면

혹시나 깰까 봐 온갖 신경을 다 써서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며

찍 소리도 안 나게 조심조심 내려놓는다.



그래도 이렇게 아기랑 하나가 되면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기분들이 있다.



봄에는 산들거리는 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나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곤히 잠든 아이를

보고 있으면 내가 진짜 엄마가 됐구나

아이의 존재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그런데 이 힘들었던 그 시간도 참 빨리 지나간다.

어느새 아이는 걷고 뛴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는

이제 아기띠를 하고 있으면 내려가겠다고

발버둥 친다.



아기는 태어나면서 엄마와 처음 분리가 되고

아기띠에서 벗어나면서

두 번째로 분리가 되는 것 같다.



더 이상 아기띠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아기띠를 하고 지나가는 엄마들을 보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느낄 수 없었던 소중한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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