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일이 필요해

엄마의 일 찾기

by 지혜로운 토끼


“나 오늘 늦어”

“왜 또”

“서 부장이 한잔 하자네.. 거절할 수가 없었어”



남편의 짧은 전화 한 통화에 기운이 쫙 빠졌다.

하루 종일 두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었는데..

남편의 퇴근 시간만 기다렸는데..



나 홀로 육아시간 연장이네

누구라도 와서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하늘을 찔렀다.



세 살 두 살 아이들

저녁밥 먹이고 치우고 씻기고..

아이들 재울 때쯤

상태가 안 좋은 얼굴로 들어오겠지.



언니네 부부가 맞벌이하며

아이를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겨서인지

불안이 커져서 힘들어했던 조카를 보며



우리 아이들은 내가 키워야겠다

다짐했던 터라

아이들 양육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는 미련이 없었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또 너무 귀엽고

넋을 놓고 보게 될 정도로 예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 몸과 정신이 힘든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나도 일하고 싶다..

나도 회사 가고 싶다..

나도 회식하고 싶어..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려면

몇 개월이나 더 남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괜스레 기분이 바닥에 가라앉았다.

다른 엄마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이래서 우울증이 오는 걸까?



나에게도 탈출구가 필요했다.

잠깐이라도 육아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해야만 했다.



그래서 무엇을 해볼까

고민을 했다.

스마트 스토어를 해볼까

단기 알바를 할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것저것 책도 보고

유튜브도 찾아보다 보니

남들이 많이 한다고 해서 따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 또한 오래 지속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을 봐야 했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한동안 마음 한편에 이 고민을 적어두고 살았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고민한다는 것 자체도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팔로우하고 있던

sns의 일러스트 작가가

자동차 브랜드와 콜라보 작업을 해서

쇼핑몰에 전시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와.. 좋겠다”

내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그림을 누군가 좋아해 주고

그것이 확장되어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모습

그리고 그 자체로도 작가라는 삶이

펼쳐지는 그 모습이 부러웠다.



디자이너로 살았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누군가의 의뢰에 의해 작업을 해왔다면

이제는 나도 나의 이야기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나와 육아 동지인

엄마들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엄마들의 순간을

그림으로 위로하고 싶었다.



우리가 보내고 있는

이 엄마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매우 귀하고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그들에게, 또 나에게

그림으로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내가 선택한 길이 비록 아주 천천히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해나가보려고한다.

엄마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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