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과 꿈 사이

by 미니작업실

나는 무명작가이다.

여기서는 글작가이지만 화가이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한 분야에서는 어릴 때부터 쭉 이어 왔다.

입시로 대학을 가기 위해 달리기를 하던 시절에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만큼 심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삶 자체의 여유도 없었고 그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급급했다. 내 작품이 내 얼굴 같아서 누가 작품 평가를 하면 나 자신의 가치까지 평가받는 것 같은 속 쓰린 날도 있었다. 나는 일반적인 삶을 살고 작품은 작품대로 따로 보는 연습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이젠 제법 구분이 된다. 20대 때의 꿈은 전시장에 그림을 걸어보는 게 소원이었고 그림을 한 점이라도 팔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렇다면 그래도 화가라고 말할 수 있는 조건 하나는 갖춘 거니까 말이다. 몇 년 전 전시의 기회가 왔었다. 많지는 않아도 잊을만하면 그림을 판매해보기도 했다. 마치 '네가 화가의 꿈을 꿨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는 듯이 말이다.

나는 예술에 삶을 던지는 작가들처럼 씩씩하진 못했다. 가까운 동기들만 봐도 삶 속에서 화가라는 지분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순도 높은 화가들도 있다. 또 어떤 유명한 작가님은 실제로 강사생활을 오랫동안 하다가 자기 작업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 작품은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열심히 작업 중이시지만 눈 한쪽을 실명하시기도 했다.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를 그리다 눈이 먼 '미켈란젤로'가 멀리 있지 않았다.


나의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충분히 순도가 높지만 나는 삶이 먼저였던 꿈이 작은 자기만족적인 화가였다. 삶을 조화롭게 가꿔야 오래 그릴 수 있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옆집 아줌마인데 살림하며 아이도 키우고 너무 평범하게 살고 있다. 근데 그 아줌마가 예전부터 그림을 좀 그렸던 사람 정도로 살고 있다. 앞서 말한 화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분들이 그림에 투자하는 시간을 모두 그리지 않더라도 내 정체성에는 화가의 지분이 크다.

글 작가랑 너무 비슷하다. 글을 쓰고 있지 않아도 끊임없이 글감이 되는 영감을 찾듯이 그림을 그릴 영감을 늘 의식하며 살고 있다. 그렇게 무늬가 비슷한 정체성을 가지면서 어쩔 땐 글작가로 표현하기도 하고 그림으로도 표현하곤 했다. 그렇게 끄적끄적 그려왔던 작품을 이번에도 우연하게 전시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배우고 가르쳐 왔어도 화가로서는 서툰 마음이 크다. 마치 오랫동안 쓴 블로그의 글은 백 페이지가 넘더라도 직접 출간하는 책보다는 가벼운 것처럼 말이다.

전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 설치에서 철수까지 긴장을 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심호흡하면서 천천히 진행해 봐야겠다. 어쩌다 한 번씩 화가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는 이벤트가 생겼으니 그 순간을 잘 즐겨야겠다.






그룹전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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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그림 세 작품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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