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초라한 마음을 내게 하는 것'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초라한 마음을 내게 하는 것'이 기준으로 정리를 하는 중이다.
지난 시간 쓴 글을 이어보려 한다.
나는 대놓고 중요한 강의라던가 수업, 직장에서의 관계는 마음의 영역 밖이라 건들지 않을 것이다.
그곳은 필드가 전혀 다르다. '나'를 최대한 갈아서 더 나은 새 살을 돋게 하고 혹은 '나'를 내세워 생존을 위한 다툼인 곳이 많아 그곳에서 섬세한 마음을 들이댄다는 건 어울리지도 않고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기세 좋은 장군의 마음을 품고 나서야 할 것이다.
정리해야 하는 관계는 오히려 섬섬한 일상에서의 관계설정이다.
생각해 보면 거리가 멀어지거나 내게 상처 줬던 관계는 의외로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가랑비같이 영향을 준 사람이 많았다. 오히려 방심을 해서인지 대놓고 핀잔을 듣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도 너무 마음을 놓아서 인지 정돈되지 않은 언어 혹은 비언어적 메시지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긴장을 해야 하는 장소에서는 의외로 실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되려 내 모습에 신경 쓰느라 상대를 관찰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같이 심심찮게 어울리고 수다 떠는 곳에서의 사람들을 잘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 on의 상태로 둘 것인지 서서히 off 상태로 바꿀 것인지 점검해봐야 한다.
대놓고 나쁘고 못된 사람들은 피하기가 쉽지만 이런 보통의 관계는 의외로 조용히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좋으면 나를 지키는 무기, 나빠지면 나를 헤치는 흉기가 된다. 그냥 편하게 인사만 하는 사람인데도 지나치게 눈치를 보게 되는 사람은 서로 피하는 게 좋다. 아마 서로 알 것이다. 서로의 적당한 거리감을 말이다. 이 이상 가까워져도 더 멀어져도 불편한 적정한 거리를 더 되돌아봐야 한다. 이런 고민을 안 해도 될 만큼 넉넉한 사람이면 패스해도 된다. 실제로 그런 눈치가 봐지지 않는 편한 관계도 있다. 그럴 때도 패스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던진 돌이 꽤 날카로워도 아무렇지 않은 카피바라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연말에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내 감정적 더듬이가 유난히 많이 솟는 사람이 있다. 느낌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고 위축되게 하는 사람. 10분을 만나도 피곤하고 눈치를 살펴야 하는 사람은 잠시 멀어져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가까운 가족도 포함이다.
잠자는 안방을 점검해 보자. 집 전체가 깔끔한 미니멀한 사람도 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복잡한 사람도 있다. 이때 다른 데는 잠시 두더라도 '안방'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른 곳도 아닌 '안방에서 만큼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베개는 잘 빨아 있는지, 환기는 잘하고 있는지, 침대 주변에 너저분하게 깔려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자신을 가꾸는 화장대까지는 너무 멀어도 침대와 그 주변만큼은 청소와 정돈을 해놓자.
이부자리도 흐트러지지 않게 각을 맞춰보고 머리카락도 수시로 떼어내 주자. 오히려 잠들 때 더 정돈을 하고 잠들어보자. 적어도 내가 마음 놓고 자는 곳은 나를 위한 곳으로 아껴주자.
화장실에서는 순환을 막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변기, 세면대, 배수구 이곳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모든 핫플은 보이는 곳뿐 아니라 화장실까지 깔끔하다. 배수구에 물이 잘 빠지는지 점검하고 깨끗하게 해 주는 게 중요하다.
창고를 정돈을 하는데 불필요한 게 너무 많았다. 얼마 전 우주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는데 각 별마다 아주 작더라도 중력이 있다는 것을 봤다. 그 별들 사이에도 암흑물질이 꽉 차있다고 한다. 이 물건도 각자가 가진 지분의 중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혹은 암흑물질이라 한다면 내가 새로운 마음을 낼 때마다 발목을 잡고 거리를 멀리 떼어놓을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아이는 많이 커서 이미 큰 자전거를 타야 하는데 타지도 않는 자전거를 아깝다고 들고 있는 것, 쓰지 않는 지난 플래너, 다이어리, 오래된 서적들, 창고에서 한 번도 꺼낸 적 없는 물건 등등 쓰임새가 다한 것들은 '내가 더 이상 나아가지도 그걸 쓰지도 못하게 하는 이중메시지를 보낸다.' 이제 모두 버려야 한다. 분리수거가 너무 애매해서 들고 있는 경우도 빨리 버려야 한다. 창고는 나의 무의식을 대변한다. 인사이드아웃에서 회색이 돼버린 지난 기억들은 이제 버려보자. 특히나 새해에는 뭔가를 꿈꾸고 싶을 것이다. 그때 추진력을 얻으려면 내게 붙은 지난 기억들은 말끔히 없애보자. 생각보다 빨라진 행동에 놀랄 것이다.
현관이 정돈돼 있는 것은 물론 신발장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신발 중에 아무리 비싸게 사도 불편해서 자꾸 모셔두는 게 있고 멋지고 예뻐서 샀지만 정작 맞춰 입기 불편한 신발들도 있다. 또 아무리 좋아도 너무 낡은 것들도 정리하자. 좀 저렴하게 산 샌들은 지금쯤 각을 잃었거나 땀에 색을 잃어 후줄근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도 과감하게 정리해 두는 게 좋다. 버리기엔 아까운 신발이라면 고칠 부분은 말끔히 고쳐놓고 내년 여름을 기약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도 밑창을 어두운 색으로 교체가 가능해서 한 시즌 더 신은 것도 있다.
지금의 불편한 바쁨이 되려 새해에는 더 숨 고르게 하고 더 우아해지게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