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불교를 믿는다. 스님은 세상에 참 많지만 나에게 인연 있는 스님은 적었다.
그리고 꽤 괜찮은 스님을 찾기란 더 쉽지 않았다. 또 그런 스님을 알게 되어도 친견하기 어렵다.
그러다 1년 전 그런 스님을 만나 뵙게 되었다.
마침 그 스님은 내게 가르쳐주고 싶은 의욕이 많은 분이셨고 나도 궁금한 게 많았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열정적으로 스님이 안내해 주시는 대로 길을 걸었다. 모든 물음에 망설임 없이 다 대답해 주셨고 필요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시범으로 알려주시기도 했다.
우영우에게 햇살이 돼준 최수연처럼, 그 스님은 내게 '오후 2시의 그늘 한점 없는 아주 쨍쨍한 햇살'같은 스님이셨다. 그 스님은 태양 같은 분이셔서 늘 에너지가 가득했고 늘 베풀어주셨다. 우리에게뿐만 아니라 같은 스님들끼리도 서로 잘 도와주는 스님이셨다.
그때만 해도 태산 같던 스님이 어느 날 사고를 겪고 시름시름 앓으셨다. 처음에는 우리들을 위해 참고 괜찮은 척하시다가 결국 급하게 입원을 하셨다. 치료만 하면 될 줄 알았지만 그렇게 황망하게 입적하시게 되었다.
어쩐지 이 스님은 우리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걸 소상히 알려주고자 했던 것 같았다.
작년 한 해 동안 난 뭔가에 홀린 듯 그 스님이 알려주신걸 모조리 열정적으로 따라 했다.
이 스님은 떠돌이로 공부하고 수행하는 스님이라 언젠가 홀연히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늘 들었기 때문에 지금 알려주신 모든 것들을 잘 기억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물을 곳과 대답해 줄 빛이 사라져 버렸다.
스님과 같은 종교인들은 모든 걸 내려놓고 헌신한다. 헌신해서 얻은 지혜를 어떻게든 내놓고 가고 싶으셨던 것 같다. 정말 우연히 알게 된 선지식이지만 짧고 굵게 나에게 한줄기 빛을 심어 놓고 가셨다.
스님이 위독하다고 들었을 때 정말 빛이 없는 길을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귀한 인연이었던 만큼 참 아쉬울 만큼 짧은 인연이기도 했다.
알려주신 많은 지혜, 안내하신 많은 길들을 다시 되돌아보려고 한다.
오히려 큰 일을 기록하려 하니 마음이 쉽지 않다.
벌써부터 스님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