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한류 바람과 유럽 라떼들의 착각

다큐멘터리 K-classic generation

by 미니칸테

벨기에의 국가행사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퀸엘콩)는 결선이 지상파 채널로 전국에 생중계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한국인 입상자가 늘어나자 벨기에 국영방송에서 이게 무슨 일이야를 외치며 다큐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연작으로 두 편이 나와 방영되었다. 그중 2편이 국제 콩쿠르의 한국인 입상자가 늘어나는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https://youtu.be/34DCBEiBQpc

1편도 보고 싶었지만 영상 못 찾음+영어 자막 없음 때문에 포기하고 너튜브에 풀려있는 2편만 봤다. 중간중간 한국말도 나오기 때문에 나처럼 원하는 걸 어찌어찌해서 영어로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수준이면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물론 영알못이라 해도 시청 자체를 포기하진 말길 바란다. (불란서 말을 할 줄 안다면 영알못이어도 상관없긴 하다)


주요 등장인물은 벨기에 국영방송답게 퀸엘콩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소프라노 황수미다. 사실 저 다큐가 너튜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건 끝부분에 1호 최애님이 잠깐 나와서긴 하지만.... 스태프 명단이 올라갈 때면 연주자 모두에게 입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최소한 여기 나오는 연주자들은 돈 내고 연주 들을 가치가 있으니 한국 연주 소식이 뜨면 뒤도 보지 말고 자리를 확보하자. 1호 최애님을 제외하면 아이돌 콘서트보다는 티켓팅이 쉬울 거......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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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만의 특이점은 열정 넘치는 관객들이다. 오죽하면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는 황수미 소프라노와 듀오 콘서트를 마치고 한국 공연에서 인상 깊은 점을 묻자 이렇게 답하기까지 했다.


당신이 한국에 온다면 여기 학교 콘서트나 유스 콘서트냐고 놀랄 정도예요.


그 정도로 젊은이 관객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유럽 젊은이들은 클래식 안 듣나 싶었는데 유럽 공연장은 죄다 어르신 관객들이고 젊은이는 여행객이나 전공자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박수나 환호도 비싸게 군다고 하니(심지어 이탈리아 관객은 모처럼 멋 내고 와서 반지 망가질까 봐 박수를 안 친다는 썰도 있다) 한국 공연장은 신세계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만약 클래식 음악이 떼창할 수 있는 장르였다면 콘서트홀이 떼창으로 뒤덮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까탈스러운 유럽에서 시작된 음악이라 정해진 틀 안에서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한국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에 몰빵해야 했다.


역시 우와아아악 환호는 K-리액션 전매특허였다.


팝 가수들도 일본 투어 가는 김에 옆 나라라고 잠깐 들렀다가 반하고 간다는데 클래식 연주자들은 말 다 했다. 한 술 더 떠 락스타가 된 기분이었다고 할 정도니 역시 흥의 민족이다.


오늘 집에 안 간다는 싸이 모드도 한국 관객들만의 특이점이다. 외국 관객들은 공연장에서도 칼퇴 모드인지 앙코르 하나만 하고 연주자도 칼퇴라는데 공연장에서까지 그러면 너무 아쉽잖아? 무한 앙코르로 달려줘야 직관의 완성이다. 조용히 관람할 거면 집에서 너튜브로 보지 직관을 올 이유가 없다. 싸이가 막차 끊겨서 콘서트 제대로 못 즐길까 봐 첫차 시간까지 달렸을 정도의 광기이니 유럽 놈들의 고상 떠는 음악이라고 씡남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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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시절부터 시작하는 풀뿌리 음악교육도 클래식 음악 한류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정서 함양을 위해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부모님이 생돈 들여 가르치는 데다가 공교육에서도 리코더와 실로폰 단소 장구를 배우니 클알못도 기본소양은 갖추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릴 때 잠깐 배운 건 부족해서 성인 취미 악기러가 늘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국제 아마추어 콩쿠르도 한국인이 씹어먹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을 보면 음주가무에 능한 한국인답게 음악을 듣기에만 만족하지 못하고 연주하고픈 욕구는 누구나 있나 싶다. 한국 공연장에만 나오는 비매너 행위에 고개 까딱 어깨 들썩 셀프 지휘는 연주 본능을 버리지 못해 나오는 현상인가 보다.



눈치 좀 챙겨 이 유럽 라떼들아!

이런 클래식 한류가 꼴 보기 싫은지 유럽 라떼들은 아시안 연주자들은 테크닉만 뛰어나지 음악성이 없다며 정신승리 중이다. 아마도 클래식 음악 바닥에서 가장 먼저 나온 아시안 연주자들이 니혼진이라 그런 생각을 한 모양인데 니들도 유럽 사람이라고 묶어 부르면 싫어하잖니? 유구한 전통 보존이 특기인 동네답게 사고방식도 제국주의에서 못 벗어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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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느님도 인터뷰에서 감정 없이 연주하는 서양 학생들도 많다고 했고 그 많은 콩쿠르 심사위원들이 뇌를 집에 두고 다니는 건 아니다. 그 정도의 국제 콩쿠르면 테크닉은 이미 압살해야 비디오 예선을 뚫으니 본선만 가도 대부분 음악성으로 판가름이 난다. 그러니 콩쿠르들 속 그 많은 한국인 참가자들이 연주하는 기계일 리가 없다. 니혼진들이야 감정표출 자체를 죄악으로 생각해서 연주가 딱딱할지 몰라도 다른 나라는 아니라는 사실을 라떼들만 모른다ㅡㅡ연주회에서 광기 리액션이 나오는 나라인데 그런 모습과 음악성 표현을 합치면 최고의 시너지가 나오는 데 그런 망언은 무엇?


그래서인지 나는 외국 거장들보다는 또래의 한국인 연주자들을 주로 덕질하는 편이다. 막귀라서 연주만 듣고 누가 연주했는지 잘 모르기도 하고 직관할 기회도 자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한도 잘 안 해서 한 번 떴다 하면 피켓팅인 외국 거장들과 달리 표값도 저렴하고 조흔 자리 고르기도 쉽다. 물론 또래니까 더 편안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또 다른 망언은 아시안 스타 연주자 탄생이 재능 유전과 부모의 채찍질빨이라는 맹모삼천지교설이다. 아시아 문화가 공동체 중시와 남의 시선 때문에 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억누른다는 전형적인 서양 우월주의에다가 그렇게 잘난 유럽도 다를 바 없다. 칼라스도 아 여사도 어릴 때부터 부모가 혹독하게 굴렸고 영화 비투스의 주인공은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했다. 지금도 내향적인 성격은 모자란 사람 취급하고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은 여자(+부츠)=매춘부 공식이 통하고 있으니 유럽이라고 남의 시선에 자유로운 문화가 아니다.(게다가 코시국은 변질된 개인주의가 얼마나 큰 폐해를 낳는지 알려주었다)그리고 우리나라 3세대 음악가의 가족들은 대부분 음악 관련 직업 종사자가 아니고 그림자처럼 묵묵히 지원하고 있어 맹모삼천지교설은 유럽 라떼들의 오만일 뿐이다. 유럽 음대 예비학교 코스의 경쟁률도 치열한 거 보면 그 잘나신 서양도 타이거 맘 드립 칠 입장은 아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런 멍멍이 소리는 신경 쓰지 말고 즐겁게 덕질하면 된다. 클래식 음악 덕질은 처음이 힘들지 한번 빠지면 탈출구가 없다. 다들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펭수처럼 이유는 없어 그냥 해 모드로 가길 바란다. 5분이 안 넘어가는 짧은 곡부터 들으면 어느새 너튜브 메인화면이 클래식 음악 연주 영상으로 채워진 컴퓨터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공연 일정을 확인하고 있는 나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