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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May 03. 2021

왜 자꾸 쳐다보니 왜 왜 왜

푸치니- Quando me'n vo(내가 거리를 걸을 때)

걸그룹 노래의 화자가 크게 나 잘났다 하는 자뻑형과 제발 내 곁에 있어달라는 지고지순형으로 나뉘듯이 오페라 여주도 요물형과 순진한 처녀형이 대다수다. 보통의 오페라라면 한 유형의 인물만 등장해 고전 창작물다운 뻔한 설정 범벅 줄거리로 나가겠지만 <라 보엠>의 원작자는 두 유형의 여주가 같은 분량으로 나오는 혁신을 시도했다. 메인 커플과 서브 커플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설정 대신 보아라 파국이다로 끝나는 점은 덤이다. 


공주처럼 살고 싶은 무제타는 돈 많은 노땅 할배에게 넘어가 마르첼로를 떠나고, 애써 재결합하지만 우린 연이 아닌가 보다만 확인하고 영원히 갈라서기 때문이다. 주인공 커플도 오해가 쌓여 갈라섰다가 로돌포가 미미야 오해해서 미안하다 하며 돌아왔을 때 이미 미미는 저 세상으로의 여행 준비를 끝마쳤으니.... 역시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진리다.





https://youtu.be/2igKC_drjXg

2015년 9월 KBS '더 콘서트' | 박혜상 소프라노

덕국 그라모폰의 디바 박혜상 소프라노부터 시작해보겠다. 자막 없이 노래만 들으면 나는 그이밖에 모른다는 순진한 동네 처녀의 신세한탄 같지만 실제 내용은 정반대다. 아리아의 화자인 무제타는 미모와 상대 구워삶기 스킬로 동네 남정네들을 휘어잡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불치병으로 오늘내일하고 있어 연애 따우 신경 못 쓰고 산 미미와는 정 반대인 인물이다. 도대체 어떻게 절친이 될 수 있었을까?


노래를 끝까지 들으면 원더걸스의 <so hot>이나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가 생각난다. 난 너무 예쁘고 멋져서 인생이 피곤하다는 화자와 남자들은 돌아보고 여자들은 따라 한다는 화자를 보면 무제타가 생각나지 않고는 못 배기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제일 잘 나가>보다는 <so hot>이 무제타에 더 가깝긴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제일 잘 나가>는 2010년대에 나온 곡이니만큼 좀 더 주체적인 여성상을 담고 있어 호랑이 흡연하던 시절의 인물인 무제타와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https://youtu.be/-66HkwycaPY

2020년 KBS*한전 음악콩쿠르 특별연주회 | 조한나 소프라노 

피아노 반주만 들으면 지겹기도 하고 피아노 소리 안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오케스트라 반주 버전도 준비했다. 사실 성악가보다는 지휘자를 보고 가져온 영상이지만.... 콩쿠르 입상자 연주회라 그런지 카메라는 온통 주인공들에게만 가있다. 


아니 케백수가 음악 콩쿠르도 연다고? 싶지만 오케스트라도 가지고 있는 방송국답게 클래식 음악에 진심인가 보다. 한국 전기를 책임지는 회사는 왜 뜬금없이 같이 콩쿠르를 여나 싶지만 넘어가자. 공연장 조명에 쓰는 전기료가 한전의 주요 밥줄이 돼서 공연예술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걸까?





https://youtu.be/6pD3EB8jCVI

부와 인기를 모두 거머쥔 현실세계의 무제타답게 조수미 선생님 버전은 눈 감고 들으면 음반 틀어놓았나 하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음향 설계 완벽하고 가만히 서서 노래만 부르면 되는 공연장이 아니라 운전하며 전방 주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런 명연이 나온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마치 80년대에 유행했던 오페라의 영화화를 연상케 한다. 만약 지금도 오페라의 영화 제작이 활발했다면 무제타로 출연하는 조수미 선생님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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