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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Jul 04. 2021

see the unseen cj 토월극장

2021 발레축제광주시립발레단 & 와이즈발레단 &조주현 댄스 컴퍼니

놋쇠월드 나이트 파티는 못가도 예당 나이트 파티는 간다


손가락 손목 통증 때문에 손바닥으로만 박수를 쳤어도 통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결국 최소 다음 주 토요일까지 피아노와 거리두기 조치를 자체 시행하고 주말에는 밥 먹고 후기 쓰는 시간을 빼고는 와식생활을 해야 했다. 다행히 이런 노력을 내 몸이 알아줬는지 다음 공연을 갈 때가 다가오니 일상생활에서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으로 회복되어 공연에 갈 수 있었다.

이날도 토월극장과 자유소극장 공연만 있어서 오페라하우스 1층은 파리들 놀이터였다. 흡사 콘서트홀 공연 없이 챔버홀과 리싸홀만 대관이 잡힌 음악당 풍경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그래도 음악당은 콘서트홀 챔버홀 리싸홀 출입구가 모두 1층에 있어서 2층과 3층이 파리들 놀이터가 되지만 토월극장과 자유소극장은 출입구 층이 겹치지 않아서 로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랑 같은 공연 관람하는 동지인 셈이다. 

이번 공연 러닝타임은 생각보다 짧다. 세 발레단이 번갈아 나와서 막차 아슬아슬 러닝타임 일 줄 알았는데.... 공연 하나 보려고 남산 넘고 한강물 건너오는 경기도 원정러에겐 대환영인 러닝타임이다. 

'트리플 빌' 공연이 인터미션이 너무 많아 공연 흐름을 깬다는 비판을 받아들였는지 이번 공연은 인터미션을 아예 삭제했다. 저 안내문은 '너의 방광을 믿고 多不有時를 패스했다가 공연 중에 대위기가 와서 중도 퇴장하면 남은 공연 못 봄'이라는 경고이니 무시하지 말자. 

예당 후원회는 의외로 음악당이 아닌 오페라하우스에 있다. 음악당 2층 vip 라운지는 출입구까지 따로 있다는데 아무래도 나중에 지어진 건물이라 그런 시설은 필요 없어진 거겠지. 그런 라운지를 이용해서 관람하는 높으신 분들은 비매너 관객일 확률이 높으니 연주자가 무대에 들어올 때 등 뒤에서 천국의 빛이 보인다면 조용히 이공망을 외치자.

이제까지 사이드석에 앉아서 몰랐는데 토월극장 2, 3층 1열은 시방석이었다. 모 뮤지컬 전문 홀처럼 무용수 다리만 보이는 수준은 아니지만 왼쪽 끝에 있는 무용수는 얼굴과 팔이 안전바 뒤로 숨어버려 무대를 한눈에 보기에는 쥐약이다ㅠ 


홈피 작품 소개에는 레이몬다부터 나와있길래 이거부터 할 줄 알았는데 유토피아부터 시작한다. 협회도 작품 소개 순서대로 공연하면 레이몬다만 보고 나갈 관객들이 분수대 물방울 수만큼 있는 걸 알아서 일부러 비인기 예상 작품부터 앞으로 뺐나 보다. 


'유토피아'는 뮤비 한 편을 보는 기분이었다. 시작부터 커튼을 살짝만 올리고 다리들의 들썩임만 보다가 갑분 클음이 되며 무대 전체가 싹 공개된다. 오 이 작품은 클음을 만난 모던발레인가 싶었지만 음악이 바뀌더니 재즈댄스 스타일 안무가 나온다. 가운데에서 가수가 노래만 부르면 이거 완전 음악방송 무대다. 


중간에 천장에서 의상 옷걸이가 내려와 의상 체인지가 완료되니 오고무 브금이 나온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도 그렇고 요즘 발레계에 한류 열풍이 부는지 발레와 한국무용 콜라보가 느는 모습이다. 긍정적인 현상이군. 


1부 마지막은 디스코 파티로 끝났다. 그동안 토월극장의 무대는 챔버홀 수준의 크기라고 생각했는데 숨겨진 부분이 더 있었다니ㄷㄷ 숨겨진 부분이 드러나자 디스코 파티는 조형물 위에 올라가서까지 춤을 추고 나서야 조형물 앞에 the end가 나오고 끝났다.


2부의 d-holic은 본격 '발레 in 클럽'이었다. 브금이 나오자 지금까지 이런 작품은 없었다 여기는 아트홀인가 클럽 스테이지인가를 외쳐야 할 동작들이 마구 나온다. 아니 예당 오페라하우스에 사이키 조명도 있었다니... 이제까지 쓰는 걸 본 적이 없는 커튼 앞쪽 무대까지 나와서 춤을 췄으니 야외공연장에서 스탠딩 관람으로 진행했다면 관객석도 춤판이 됐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기다리던 '레이몬다'가 나온다. '레이몬다'도 월초에 관람한 돈키호테처럼 주변의 압력으로 못 이어지던 커플이 조력자의 도움으로 무사히 결혼에 성공한다는 전형적인 k-드라마 줄거리다. 차이점은 주인공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십자군 전쟁과 여주에게 수청 들라고 괴롭히는 지체 높은 귀족의 존재다. 전막 공연이었으면 좋겠지만 다른 발레단과 합동 무대이고 막차 아슬아슬 러닝타임 때문에 원정러 관람 금지 공연이 되기 쉬워 3막 레이몬다와 브리안의 결혼식 피로연만 올라온다. 코시국이 끝나 막차가 여유 있어지면 전막 공연도 보고 싶다.

이날도 마을버스 종점에선 버스 타는 거 아니라는 교훈을 버스비를 수업료로 지불하며 반복 학습했다. 예당 지름길 알려준 클덕님 중블 1열길만 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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