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회 클래식 품격 콘서트
그동안 내 글은 주인 잘못 만나 쩌리 네이놈 블로그에서 썩어가 곰팡이가 피고 있었다. 온갖 매크로와 광고 블로그에 묻혀 버섯까지 필 뻔했지만.... 지나가던 강남 문화재단 담당자님의 눈에 들어 세상 빛을 보게 되었다. 아니 어째서 쌉소리 가득한 내 후기를 소식지에 실을 생각을 하신 거지ㄷㄷ 제 후기 실어주신 담당자님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기 바랍니다(_ _)
그래서 이번 공연은 인생 최초로 협찬을 받아 다녀왔다. 콕 집어서 원하는 공연으로는 못 해 줄 수도 있지만 최대한 강남심포니 공연 쪽으로 해드리겠다는 담당자님의 노력으로 클래식 품격 콘서트가 낙찰되었다. 여자경쌤이 나오시는 정기연주회 초대권을 받아볼까 했지만 이미 내 손으로 중블 1열을 잡아 사회탐구 부지휘자님이 나오시는 낮 콘서트로 부탁드렸기 때문이다. 초대권은 공연 당일에 표 받기 전까지는 자리를 알 수 없어서 자금이 딸리거나 피켓팅 공연이 아닌 이상 좀 그렇다.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은 생각보다 골목에 있다. 성형외과의 중심(?) 압구정역에서 걸어서 가면 된다길래 쉽네ㅋ 했지만 가도 가도 빌라 건물의 연속이었다;; 결국 시간이 여유 있으니 아무 데나 들어가 보자 하며 돌아다니다가 입구에 있는 단원분들이 서계신 건물을 찾아 무사히 도착했다.
강남심포니는 자체 낮콘서트를 진행한다는 게 특이 포인트다. 옛날 옛적에는 강남구민회관에서 전석 무료로 운영했지만 협연자가 관객석 계단으로 올라와야 할 정도의 무대 크기와 클덕들 고혈압 유발 음향 때문에 광림아트홀로 이사 왔다. 전석 무료 선착순 자리배정은 남산 넘고 한강 건너오는 원정러에겐 구석자리만 나오니 탁월한 선택이다.
표 찾고도 문 열어주는 시간이 안 돼서 로비에서 눈동자 운동을 하다가 여마에님과 1주일 만에 다시 만났다(!!) 아니 선생님이 왜 여기서 나오세요? 오늘 지휘는 안 하지만 공연 상황을 봐야 해서 오셨다고 한다. 안경 써도 잘 어울리시는 여마에님ㅠㅠ
여긴 웬일이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후기가 소식지에 실려서 초대권 받아 왔다고 이야기하니 내 글 잘 봤다고 하셨다. 공연이 끝나면 단원분들이 후기 링크들을 마구 보내줘서 읽어보시는데 그중 하나가 내 후기였다니. 단원분들과 후기 돌려보고 글에서 배울 게 많았다고 하시니 영광스러울 따름이다.
며칠 전 카카오아점에 올린 후기에 의문의 계정이 좋아요를 누르고 가 뭐지 진짜 여자경쌤인가 아니면 사칭? 하면서 토요콘서트 때 만나면 이야기해봐야지 했는데 본인 맞다고 하셨다ㄷㄷ 순간 후기에 싸질러댄 쌉소리들이 걱정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쩌랴... 아무튼 여마에님과의 재회는 여기서 끝났다. 저번 주에 알려드린 내 이름도 외우고 계시다니 역시 선생님의 팬서비스는 세계 제이이이이일이다.
https://brunch.co.kr/@minicante/34
요즘 어깨가 안 좋으시다는데 빨리 나으시길 바란다.
광림아트홀은 매표소와 공연장 출입구가 다른 층에 있다. 예당 토월극장도 표에 적힌 층수와 실제 층수가 다르긴 하지만 층수에 +1만 하면 돼서 몇 번 가보면 실수 안 하지만 광림아트홀은 로비가 공연장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도 지하 2층 출입구 앞에 가니 의자가 있다. 하지만 창문이 하나도 없어서 답답할 수 있으니 햇빛을 사랑해 마지않는다면 최대한 로비에서 버티고 내려오길 바란다.
번호보고 자리에 앉으니 초대권 자리 중에선 명당이다. 내 자리 근처에 높으신 분들(로 추청 되는 관객들)이 앉았으니 명당 맞겠지. 너튜브 화면으로만 보던 공연장에 앉아있으니 감회가 새로웠지만 타악기 연주할 때 찍찍 소리 나는 음향은 무엇?
클알못부터 클잘알까지 모두 환영하는 낮콘서트라 시작과 중간 끝은 해설로 보충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연 관람이 최고의 피서였지만 코시국이라 올해는 그러기 힘들다는 말과 나가면서 폰으로 잉어파크에 접속하면 7월 말 정기연주회를 예매할 수 있다는 깨알 홍보도 하셨다ㅋㅋ 음악회에서 해설은 패키지여행 중 버스 안과 관광지에서 듣는 설명과 같다. 열심히 들으면 유용하고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거슬리기도 하고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특징까지 똑같기 때문이다.
정식 음악회처럼 협주곡이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카르멘 모음곡부터 시작한다. 카르멘 모음곡은 피겨스케이팅계의 대표 사골 곡으로, 심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너도나도 우려먹은 곡 중 하나다. 로미오와 줄리엣, 세헤라자데, 지젤도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카르멘은 같은 프로그램을 잘 쓰지 않는 연느님과 모 일본 선수가 모두 사용한 유이한 음악이니 말 다했다.(다른 한 곡은 세헤라자데)
모음곡 1번에서는 세기디야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연느님이 중학교 1학년 때 프리 프로그램으로 연기한 카르멘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시작되며 소중해지는 친구와는 훈련 때문에 멀어지고 원수가 되는 엄마와는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하니 저절로 카르멘의 심정이 이해됐을 터. 링크장 100바퀴 돌라는 벌에도 오기가 생겨 어머님의 의도인 통촉 하여 주시옵소서 대신 100바퀴를 꽉 채워 돌았으니 도도하면서도 고되어 보이는 카르멘이 나온 건 다 이유가 있다.
모음곡 2번의 대표곡은 하바네라다. 방송에서 스페인 분위기만 나왔다 하면 틀어주는 곡이고 연느님의 자칭 라이벌인 모 선수의 시니어 데뷔 시즌 갈라 프로그램이다. 당시만 해도 귀엽고 발랄한 프로그램으로 승부 보던 시절이라 자유분방하고 뇌쇄적인 언니의 하바네라 대신 소녀와 어른 여자사람의 과도기 같지만 이 시즌이 그 선수의 정점이었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발랄하면서도 선율을 아름답게 타는 프로그램으로 독자노선을 구축했으면 좋았을 텐데 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어서 내리막길을 탔을까ㅠ
클래식계의 꼬북좌님이 현을 튕기자 스페인 플라멩코 공연장으로 순간 이동했다. 한국 여행객들이 십몇여년 가까이 동서유럽을 골고루 털어먹어(?) 새로운 여행지를 찾기 시작할 무렵 스페인과 남동유럽은 알흠다운 물가와 이국적인 풍경으로 여행 중독자들을 유혹했다. 그중 스페인은 한국 사람들의 정서와 비슷해 역사도 알아듣기 쉽고 음식도 입에 잘 맞아 순식간에 한국 여행객들의 천국이 되었다. 그러니 이런 여행지에 가서 한국인 많아서 기분 잡쳤다는 소리는 가슴속 깊이 넣어두길 바란다.
무알콜 샹그리아와 함께해야 할 것 같은 아랑훼즈 협주곡도 끝나고 앙코르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당첨되었다. 가기 전에 협연자 앙코르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알베니스의 전설과 탱고를 궁예 했는데 오래간만에 적중 성공이다. 앙코르계의 펠레도 1년에 두 번은 맞는다더니... 대신 오케 앙코르는 파랑돌, 아를의 여인 중 미뉴에트를 궁예했지만 밥 시간대 연주회라 그런지 오케스트라 앙코르는 없었다.
이날 지휘를 맡으신 사회탐구 이탐구 부지휘자님은 포디움에서 보헤미안 댄서로 빙의하셨다. 원래대로라면 5월 낮콘서트에서 이미 데뷔하셨어야 했지만 망할 코시국때문에 나는 이제야 보게 되었다. 이름 때문에 초중고딩시절 내내 탐구생활 별명을 뗄 수 없었다는데 펭수 방송국의 방학생활이 방학숙제였던 세대라 탐구생활은 모른다;;
클래식 기타계의 꼬북좌 박규희님도 만났다. 또모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꼬부기 닮은꼴이다. 고딩시절 1인 1 악기 수업 때문에 기타를 잠시 튕겨본 적이 있어 꼬북좌님의 기타 연주가 더 대단해 보였다ㄷㄷ 내가 튕겨대던 기타는 소음일 뿐이었다....
본 후기는 강남 문화재단에서 초대권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얼마나 써보고 싶던 말인가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