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칸테 Jul 14. 2021

나 태어나 이 강산에 클덕이 되어

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 '왕의 두 얼굴'

꽃 피고 땀 내리길 어언 2개월


이제 좀 덕질 인생 피나 했더니 아뿔싸 확진자 수 4자리 폭증이다. 순간 좋은 시절은 끝이구나 했지만 다행히 공연장은 개점휴업 상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장 직원이나 오케스트라 단원이 코로롱에 걸리면 낙아리되기 십상이니 하루하루 혈액증발현상이 심해지고 있다ㅠ

이번 주 토요일에는 예당 3대 낮콘서트인 토요콘서트가 찾아올 예정이었다. 원래 낮콘서트는 콩나물시루 지하철 & 밥시간과 겹쳐서 기피대상이지만 여마에님 출연에 한 끼 굶더라도 가겠습니다 충성 충성 모드가 되었..... 지만 날아갔다ㅠ

예당길은 전혀 설레지 않는다. 절망스러운 소식만 자꾸 들어서 그런가 우울감만 가득하다. 1호 최애님 파크콘서트는 할 수 있을까?

공연투어 역사상 가장 한산한 콘서트홀 관객을 자랑한다. 근처 서식자들은 콧구멍 위치확인 검사를 받아 반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도 했을 테고 원정러들은 강 건너 코로롱이 무서워 양도 글로 클덕카페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이번 달 말에도 로비에 관객들이 돌아다니길 빌고 또 빈다.

이제까진 셀카라는 한계 때문에 포스터 속 포즈를 따라 할 수 없었지만 이번 공연은 단순한 포즈라 따라 할 수 있었다ㅋㅋ 혼공의 유일한 단점은 포토존에서 인생샷을 못 찍는다는 점이니 절대 못할 짓이 아니다. 

한 장 짜리 전단지는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공연이 포스터 속에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워왔다. 이쯤 되면 강남심포니 명예 홍보대사 시켜주세요....

공연 역사상 최초로 중블 1열에 앉은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피아노 협연이라 미하일 님은 다리만 보이고 손민수 님은 발과 오묘한 표정만 보이는 시야였다. 그래도 관크 청정구역이라는 특급 장점이 있으니 다 필요 없고 관크만 피하고 싶다면 강추다.(벨소리 관크도 자잘한 수준이면 거의 묻힐 정도) 게다가 피아니스트의 페달링이 아주 생생하게 보여 작품의 페달 사용법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베피협 5번이 이렇게 페달을 많이 쓰는 곡이었다니.... 


베피협 5번은 클알못 모친도 아시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top 100이다. 카세트테이프 돌리던 시절부터 우리나라 레코드점 클래식 진열장을 석권해 들을 음악이라곤 클음밖에 없던 시절부터 귀에 나사가 박히도록 들렸기 때문이다. 만약 성진오빠 협연 공연에 베피협 5번이 나온다면 당장 같이 가자는 모친을 보면 역시 한국은 모선생님 베선생님 팬클럽이 가장 활발하다. 


손민수 님은 베선생님의 한국인 버전 분위기를 풍기셨다. 베선생님 소나타 전곡 레이스를 뛸 정도로? 베선생님에 애정이 많으시니 자연스레 인상도 닮아갔나 보다. 자동으로 손민수 님의 찐팬이신 블로그 이웃님이 떠올랐다ㅎㅎ 다른 덕후님들은 누구를 볼 때 나를 떠올릴까?


미하일 님은 세계 펌프 선수권대회 우승 타이틀 보유자 같았다. 피아노 뚜껑에 가려도 현란한 스텝은 시선강탈에 충분했다. 그 빡센 곡을 끝내고 단원들에게 개그를 선사하는 걸 보면 모태 에너자이저인가 보다. 


인터미션 때 폰 밥 먹이려고 무인충전기에 갔더니 이미 충전함이 만원이었다ㅠ 순간 2부는 모르는 곡이니 땡땡이칠까 생각했지만 오늘이 7월 마지막 연주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끝까지 듣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무임 관람 온 날벌레는 뭐람? 앙코르 연주 때 비올라 수석님 얼굴까지 올라가 난동까지 부리다니 공짜로 관람 왔으면 예의는 지켜야죠 날벌레 씨....

이제까진 첫 소절만 들으면 자동으로 제목과 작곡가가 제시되었지만 이번 공연 오케스트라 앙코르는 져가 머시여 소리만 외치는 곡들만 나왔다;; 물론 예당은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앙코르곡 제목과 작곡가를 붙여주니 모르는 곡이 나왔다면 찍어가길 바란다.(참고로 놋쇠홀은 홈피에 올라온다) 어쩐지 두 번째 앙코르곡은 익숙한 느낌이었는데 백조의 호수 수록곡이었다니. 

사진을 찍을 때까지는 몰랐지만 여마에님의 지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연은 아침에 눈뜨니 공연 취소의 세계로 사라졌다. 처음엔 예당 기획공연이라 우선으로 썰렸나 했지만 같은 날 다른 공연들은 멀쩡히 살아있는 걸로 봐서는 뉴월드그룹이 회사차원에서 취소하지 않았나 싶다. 백화점 vip만 달아도 공짜 초대권이 나오니 찐팬들이 탐내는 중블 앞열들은 예매시간 맞춰 들어가도 두부밭만 두하를 외칠 정도니ㅡㅡ 요즘 현다이 백화점이 집단감염으로 몸살을 앓아 동종업계로서 사고예방을 위해 취소했나 보다. 이러면 8월 토요콘도 물 건너갈 듯.


그래도 아직까진 여마에님과 강남심포니라는 최강 조합 정기연주회가 남아있다. 간만에 합창석까지 풀 정도라 팬클럽 강제 정모(?)가 될 뻔했지만 다음 기회에ㅠㅠ 부디 잡혀있는 연주회라도 무사히 열리길 빌고 또 빌뿐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선생님 어깨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야지.


그러니까 초대권 좀 작작 뿌려라ㅡㅡ 정작 공연 보고 싶은 사람은 못 보고 어렵게 뚫고 온 사람은 관크파티때문에 기분 망치는 게 제대로 된 공연 운영이냐....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들만의 영화에 주인공은 바로 너였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