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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Jul 23. 2021

댄싱 슈만

경기필하모닉 헤리티지 시리즈 4 슈만 교향곡 1번 & 2번

지젤-마법에 걸린 슈만


경기필은 경기도 남부가 연고지라 북부 서식자는 공연을 가려야 갈 수가 없어 무관심 오케스트라였다. 그러다가 공연러의 삶에 들어가고 덕후 동지들의 지나간 후기들을 정주행 하다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블로그 이웃님의 경기필 사랑을 계속 보다 보니 어느새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경기필 연주회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시모 님이 단상에서 춤을 아주 잘 추신다는 소문을 그냥 지나갈 수 없지.

공연 취소의 늪으로 사라진 토요콘 현수막은 뜨거웠던 예매의 추억을 꺼내오게 한다. 본래 낮콘서트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top 100 수록곡이 프로그램에 있을 때가 아니면 합창석을 열지 않는데 교축과 평화 콘서트로 팬들이 대거 유입되어 화력으로 합창석의 관문을 열었던 공연이다. 8월 토요콘은 무사히 열리길 빌고 또 빌뿐이다. 나도 여마에님의 해설을 직관하고 싶어...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우면산~
클덕들이 여럿이 공연 보고 놀아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확진자가 우수수수 증가하는 날에는 거리두기 올라가서~
공연 취소 띠리링 입금 문자 띠리링 울상을 짓다가~
거리두기 완화되고 나면 너무나 기다렸나 봐~
기립박수 짝짝짝 앵콜파티 우르르 신나는 전국클덕들~

이젠 공연이 다 끝나도 어두워지지 않는 계절이다. 그래서 현수막 사진도 역광 파티가 되기 아주 좋다. 주말 오후 공연이라 사람 떼로 가득할 줄 알았건만 불가마 더위 때문에 음악당 로비는 파리들 놀이터였다;; 그래서 로비 의자 최고의 명당인 소파 자리가 통유리창 밑에서 뜨뜻하게 가열돼 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ㅠ 

    셀카의 한계ㅠ

어서 와 경기필은 처음이지 모드라 내적 친밀감이 드는 단원은 채유리 수석님과 정하나 악장님밖에 없다. 사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낄 정도면 그 오케스트라의 고정 팬 수준이긴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클덕들 가슴 뛰는 소리가 들릴 때쯤 심신이 안정되며 음악 수양 준비가 완료되지만 더위 과다 섭취 때문에 단원들이 입장하기 전부터 어질어질 모드였다ㅠ 이럴 땐 가만히 누워 안정을 취하거나 찬물을 복용해야 하는데 공연장에서 둘 다 가능할 리가... 이래서 다들 취소하고 안 왔구나. 아이스크림이 간식이 아니라 치료용품이 되는 날씨니 당분간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소문대로 마시모 님은 단상 위 춤사위의 대가다. 단상 앞에 보면대가 아예 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무릎 굽히며 상체 숙이기 스킬과 미하일 님은 명함도 못 내밀 현란한 스탭, 곡의 정점을 찍는 점프까지 선보이며 (좋은 의미로) 컬처 쇼크를 선사하셨다. 평소 정마에님이나 여마에님처럼 하체는 단상에 뿌리박고 팔만 절도 있게 움직이는 지휘만 봤는데 신세계가 눈앞에 열렸다.


이날 프로그램인 슈선생님 교향곡 1번과 2번은 발레곡스러운 구성이었다. 작곡 배경까지 합치면 슈선생님이 주인공인 지젤이 떠오르는 연주다. 1번은 포도 축제에서 알브레히트를 만나 행복 회로를 돌리는 지젤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2부는 알브레히트가 예비 유부남이라는 사실에 충격 먹고 저 세상으로 떠나 망령이 된 지젤의 독무가 뇌내에서 재생되었다. 힐라리온과 미르타는 슈선생님을 괴롭히는 암울한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들어맞으니 꽤 그럴듯한걸?


앙코르는 헌정, 헝가리 무곡,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을 궁예 했고 헝가리 무곡 1번이 당첨되었다. 지난번 강심 낮콘에 이어 앙코르계의 펠레도 한 달에 두 번은 맞는다더니 이제는 틀릴 일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마무리는 한강 이남 어디서든 보인다는 놋쇠타워다. 부디 다음 주 화요일 공연은 무사히 살아남길.

덕후 동지님 소식통에 따르면 경기필과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라는 클덕들의 바람과 달리 재단은 연임에 회의적이라고 한다ㅠ 오늘 공연을 보고 높으신 분들이 마음을 바꿔 연임을 결정해주셨으면 좋겠다. 외국인 지휘자라 돈이 많이 들지만 써야 할 곳엔 써야 오케스트라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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