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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May 08. 2022

사람 사는 방콕의 거리에서

태국 +day3 : 왓 아룬 가는 길 (방콕)



왓 아룬 가는 길
Thanon Arun Amarin
2017. 12. 02


빠르게 지나가는 것들을 잡고 싶었다. 택시의 속도로는 도시의 생활상을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왓 프라윤’을 기점으로 걷기로 했다. 차로 10분 거리가 1시간으로 늘어났지만 상관없었다. 차의 길에 가려진 사람의 길이 나왔으니까. 날이 좋아서 집집마다 빨래를 내놓은 골목을 비집고 들어갔다. 바싹 말라가는 셔츠 주머니에는 학번과 이름이 적혔다. 가까운 거리의 학교는 주말이라 교문을 잠갔다. 맞은편의 문구점은 열렸으니 월요일 준비물은 걱정 뚝.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길목에는 콜라 장수 아저씨가 파라솔을 폈다. 10바트를 내밀면 플라스틱 컵에 얼음을 담고 탄산음료를 채워주신다. 여름철 하굣길에 종종 사 먹었던 슬러시의 양처럼 가득.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차가운 온도는 덤이다. 사이다 한 모금에 한 걸음씩, 더위에 늘어질 뻔한 다리에 기운을 보탰다. 컵의 무게가 줄어들수록 ‘왓 아룬’까지의 거리도 좁혀지고 있었다. 동전에 새겨진 탑과 실제로 마주했을 때 음료수 값으로 지불했던 10바트를 되돌려 받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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