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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Aug 22. 2021

크리스마스의 하늘을 날아서

대만 +day1 : 송산공항 (타이베이)



타이베이 송산공항
Taipei Sungshan Airport
2016. 12. 25.


대만행 비행기를 탔다. 반팔을 입고 산타를 맞이하는 기분은 어떤 건지 궁금해하면서. 오늘은 크리스마스. 무거운 외투는 캐리어로 구겨 넣었다.


기내에서 눈을 붙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창을 옆에 둔 자리라 더욱. 시선을 지상에 뒀다. 강원도였을까. 겹겹이 굽이친 산등성이가 보였다. 수묵화에서 볼법한 다부진 능선. 그 아래 자욱이 깔린 구름에선 푸른빛이 돌았다. 겨울의 한기를 품은 것 마냥.


기장 아저씨는 말하기를 좋아했다. 메가폰을 쥔 그는 무언가 다른 말투였다. 우리 여객기는 지금 김제를 지난다는 안내멘트는 대만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끝났다. 두서없지만 듣기 좋았다. 어디서나 들을 수 없는 라디오 같아서. 교통방송이 하늘에도 열린다면 DJ는 그에게 맡기고 싶다.



느 지점, 어느 순간. 볕의 감촉이 달라졌다. 12월의 것치고는 쨍했다. 창에 손을 대보니 뜨거웠다. 여객기가 대만의 상공에 든 거다. 곧 타이베이의 도심이 펼쳐졌다. 지도를 손에 쥔 것처럼 마음에 둔 장소를 찾았다. 타이베이101, 딱 한 곳 알아볼 수 있었다. 서울의 중심을 남산타워에 두는 것처럼 타이베이의 중심을 그곳에 두기로 정했다. 오로지 내 마음대로!


오후 한시, 송산공항. 숨을 깊게 들이켰다. 공기의 질감이 나라마다 다름을 지난 여행에서 알았다. 그 차이는 비행기에서 내리는 첫 순간 가장 선명하게 다가온다. 처음 맡아 본 대만의 공기는 습했다. 섬나라인 일본과 비슷한 향이 돌았는데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며칠 지나면 익숙해졌다고 감지할 수 없는 첫인상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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