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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Aug 16. 2023

산할아버지와 일본식 초가지붕집

교토부 +day2 : 미야마 가야부키노사토



가야부키노사토
Kayabukinosato
2022. 12. 09


아침 해와 새벽달이 공존하는 시간. 교토와 근교를 잇는 소노베행 통근 열차에 탑승했다. 지난밤 잠을 설치는 바람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시야마저 침침해 좌석을 채우고 비우는 기척으로 정거장의 지나침을 감지했다. 인적이 뜸해진 건 아라시야마를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고부터였다. 몇 초의 암전이 있고 나서 험준한 협곡에 휩쓸렸다. 낮게 깔린 안개가 산세를 흐린 탓일까. 아니면 시간 모를 푸른빛이 돌아서일까. 가누기 어려운 몸으로 신기루를 표류하는 기분이 들었다.

쇼트를 여럿 이어붙인 필름이 되감기듯 교토에서 가야부키노사토로. 산을 등지고 물을 마주하는 자리에 수백 년을 뿌리내려온 촌락이 펼쳐졌다. 구름모자를 쓴 산할아버지가 신선놀음을 할만한 곳이랄까. 산봉우리에 살짝 걸쳐진 구름 떼며, 하늘을 찌르듯 우뚝 솟은 나무며, 윗집과 아랫집 사이를 유유히 흘러내리는 개울하며, 풍수지리에 걸맞은 영험한 기운이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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