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 +day6 : 시라카와고 갓쇼즈쿠리 마을 (시라카와무라)
시라카와고 갓쇼즈쿠리 마을
Historic Villages of Shirakawa-go
2023. 5. 5
교토 지역의 오랜 부락인 ‘가야부키노사토’의 경우 언덕을 계단 삼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는데, 그와는 반대로 평지에 세워진 ‘시라카와고’의 집들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었다. 집과 집 사이의 간격이 꽤 넓었던 이유는 농작물을 가꾸는 논밭이 집집마다 달려있어서다.
지형 특성상 겨울철에 사람을 고립시킬 정도로 많은 눈이 쌓이는데, 식량을 비축해두려면 그만큼 많은 양의 곡식을 직접 수확해야 할 테다. 타지에서 농작물을 끌어오기에는 오지의 산골 마을이라 역부족일 테고. 봄이 한창인 논밭에서는 이제 막 재배가 시작되었는지 땅이 갈리고 물이 차 있었다.
마을 안을 구석구석 살폈으니 전경을 한눈에 담고 싶었다. 그러려면 전망대가 있는 앞산 중턱까지 도보로 올라가야 했다. 20분 남짓한 거리였지만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이 걸음을 이끌었다. 한참 오르막길도 마다않고 전망대로 이동하는 길이었다. 매너 모드로 설정해둔 휴대폰이 뜬금없이 진동했고, 데시벨이 높은 사이렌 소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진 발생. 안전한 곳으로 당장 대피하라는 긴급재난 알림이었다. 설마 이번 여행에서 지진을 겪을까 우려했는데 현실이 됐다. 서둘러 뉴스를 찾아보니 엊그제 머물렀던 이미즈시와 가까운 노토반도 해역에서 진도 6.3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진앙지와 수십 킬로는 떨어져 있어 안심했지만, 갑자기 돌풍을 동반하고 흐려진 날씨에 긴장감이 도사렸다.
다행히 지반의 떨림은 거의 미미한 수준이었다. 살짝 겁에 질린 상태였지만 목전에 둔 전경을 포기할 수 없었다. 마저 전망대로 올라가서 시라카와고의 집들을 그러모아 보았다. 빈번한 지진을 겪고도 미동 없는 전통가옥이 내 눈앞에서 수백 년을 버티고 있었다. 그 행적을 보고서 평소에 작은 소란이 일어도 쉽게 흔들리고 마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모든 여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저녁을 앞둔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어느 집 앞에서 우연히 걸음을 멈췄는데, 거기 사는 사람들도 나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봤다. ‘고난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을 날씨에 비유하자면 ‘비가 그친 뒤에 무지개가 뜬다’겠지. 어린아이처럼 들떠서 ‘니지’, ‘니지’하고 외치는 밝은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문득 내일의 날씨는 맑은 거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