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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n 11. 2016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그 곳, 두브로브니크

2013. 크로아티아 ::: 두브로브니크

#1. 잘 찾아온 거 맞아? - 미니양

 자그레브에서 밤 9시에 출발한 버스는 스플리트와 작은 소도시들을 거쳐 아침 8시가 다 되어서야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구시가지에 도착. 자그레브에서 미리 잡아 놓은 숙소를 찾아 헤매다 우연히 어느 건물 앞에 섰는데, 거기가 바로 숙소였다. 호스텔 부커스에서 예약한 이 곳은 '올드타운 어코모데이션'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건물 어디에도 호스텔 표시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위치를 알고 나니 돌아다니기 편했지만, 구시가지가 워낙 미로 같아서 처음에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숙소. 근데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으로 엄마와 숙소 앞에서 무작정 기다렸다. 혹시 예약을 잘못한 건가 아님 잘못 찾아온 건가 걱정을 하던 중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가 목청 좋게 주인 아저씨를 불러주셔서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주인아저씨인 고란은 자다 깨서 계속 허둥거리면서도 잘 챙겨주려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하루 1인 100쿠나. 내가 묵었던 방은 3인실이었는데 2명이서 쓰게 해주었다. 소파도 있고 널찍해서 편안하게 지냈다.  







#2.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나날들 - 미니양 


 짐을 풀고 드디어 구시가지 본격 탐험. 늘 그렇듯 무작정 마음 가는 대로 걷기.

그러자 너무나도 멋진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도 없이 여기저기 걷다 보면 방향을 잃기 쉽지만 구시가지의 규모가 크지 않아 금세 다시 방향을 잡는다. 1월인데도 불구하고 눈부신 태양과 파란 하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즘 핫한 신혼여행지로 뜨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금은 꽃누나 덕분에 더 핫해진 것 같지만...) 

그러다 만난 바닷가 벤치. 눈부신 해살 아래 벤치에 앉아 반짝거리는 바다를 바라봤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기뻐하는 엄마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사실 엄마랑 여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서 힘든 적도 많았는데, 이 순간만큼은 엄마랑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엄마를 이렇게 행복하게 해줄 수 있었던 일이 얼마나 있었을까? 자식이기 때문에 엄마의 모든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들을 했다.


 확실히 여행에서는 생각도 많아지고, 착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화창한 날씨 덕에 두브로브니크에서의 첫째날 눈이 호강했다면, 둘째날은 두브로브니크에서의 여유로움을 만끽한 날이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져서 광장의 한 카페로 들어가 맥주 한 잔을 시켜놓고 노트에 끄적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분위기도 좋고, 기분도 좋고..


 비가 와서 여기저기 다닐 수는 없었지만, 비 오는 두브로브니크도 참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나의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날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3. 두 발로 서서 - 고래군 


 차갑고 메마른 바람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채운다. 한국이 커다란 대륙의 동쪽에 있기 때문에 겨울이 메말라버린다고 했던 것 같다. 어쨌든 겨울은 버석거리는 메마른 날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혼자 있는 시간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음악은 세상과 나를 완벽하게 분리시켜주고, 나는 잠시 지금 이 공간을 빌려 쓰는 사람이라는 기분으로 타인을 외면하듯 바라본다. 


 그녀와 잠시 했던 화상통화는 재밌었다. 하지만 모니터 너머의 그녀와 지금-여기 있는 나와의 거리가 느껴졌기 때문일까? 직접 마주할 때의 생생함이랄까 진본으로서의 아우라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게 없었던 것 같다. 어서 빨리 보고 싶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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