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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Aug 12. 2015

코토르의 물빛에 반하다!

2013. 몬테네그로 ::: 코토르


#1. 비 오는 날의 라면 국물 - 미니양


 처음엔 몬테네그로가 남미 어딘가에 있는 나라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도를 보던 나는 크로아티아 아래에서 몬테네그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막연히 가보고 싶다 했었던 나라. 나는 두브로브니크에서 버스로 3시간여를 달려 코토르를 만났다. (버스비 143.30kn, 창구 예약)


 코토르에 내렸건만 비는 추적추적. 우산이 없는 난 두브로브니크에서 이미 한 차례 비를 맞은 터라, 이번에는 그냥 또 아무 생각 없이 비를 맞았다. 같이 갔던 엄마까지 비를 맞게 해서 미안했지만 마땅히 우산을 살 곳도 보이지 않아서, 일단 무작정 숙소를 찾았다. 다행히도 숙소는 터미널에서 가까운 올드타운에 있었다.

(올드타운은 터미널을 나와 등지고 오른쪽 방향)


 숙소에서 바라보는 올드타운의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밥을 먹으러 갈까 했지만 비는 그칠 생각을 몰랐고, 결국 비상식량으로 가져갔던 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비 오는 날의 뜨끈한 라면 국물은 진짜... 최고! 몸은 멀리 있었지만, 어쩐지 마음만은 잠시 한국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라면으로 허기를 때운 엄마와 난 방에 틀어박혀 앉아 가져갔던 영화를 보며 코토르에서의 첫 날을 보내기로 했다. 한국이었다면 집에 같이 있어도 그저 각자의 할 일을 하기 바빴을 텐데... 어릴 적 엄마와 함께 만화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비로 인해 숙소에만 갇혀있는 신세였지만 그 나름의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 좋았더랬다. 역시 여행길에서는 일상과 다른 경험을 하게 되기 마련인 것 같다. 







#2. 비 오는 코토르에서 - 미니양


 코토르에 있었던 2박 3일 내내 거의 비가 왔기 때문에 난 아주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비가 얼마나 오겠어?'라고 생각하며 우산 없이 버텨보려 했지만, 이내 우리는 결국 우산을 구입하기로 결정!

코토르 그린마켓으로 향했다. 구시가지 바깥쪽 성벽을 따라 오전에만 열리는 이 시장은 우리네 전통 재래시장 같은 느낌이다.


 날씨가 궂은 탓에 장사하는 곳은 많지 않지만 웃으며 반겨주는 몬테네그로 사람들이 정겨웠다. 이 시장에서 결국 3유로를 주고 우산을 구입했다. 그런데 우산에 떡하니 "메이드 인 차이나" 글씨가 박혀있다. 몬테네그로에서까지 중국산을 만나게 될 줄이야. 역시 세계 어딜 가나 중국 제품이랑 중국인들은 있나 보다.

우산을 쓰고 코토르 올드타운 여기저기를 다녀보기로 한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나 나올 법한 골목들이다.


 나는 이곳에서 무엇보다도 올드타운을 감싸고 있는 물빛에 반해버렸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저 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찌나 투명한지, 어떻게 저런 물 색깔이 나올까?' 싶었다. 코토르에 있는 내내 난 물빛에 빠져 있었다.


 작은 우산을 지붕 삼아 올드타운 구석구석 탐험하듯 구경하던 나와 엄마는 올드타운 앞에서 분위기 좋은 카페를 발견했다. 올드타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모던한 느낌의 카페이지만, 의외로 따뜻한 분위기에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통유리 카페에 앉아, 내리는 비를 친구 삼아 에스프레소 더블샷 한 잔. 그리고 간간이 이어지는 엄마와의 수다. 평소에도 친구처럼 지내는 우리 모녀이지만, 여행을 하면서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에 다시 코토르를 찾게 되다면 꼭 다시 찾아가보고 싶다.



::: 여행지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여유를 상징하기도 한다. :::





#3. 메마른 서울에서 - 고래군


 점점 지구 표면에서 사막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어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사막은 꼭 더운 지방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도 들었다. 그렇다면 눈이 내리지 않을 때의 한국의 겨울은 어쩌면 사막과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한없이 메마르고, 또 메말라버린 나라.


 쇼펜하우어가 그랬던가? 희망이라는 것은 그저 종족번식과 생존의 가능성을 욕망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마치 소수의 부유함을 위해 대다수의 삶을 파괴하는 몸짓을 의미하는 '창조경제'처럼, 한국의 겨울이 품고 있는 '희망'은 메마르고 차가운 것일지도 모른다.


 가끔 "다른 나라 사람들은 가난하더라도 행복하다고 느끼며 산대."라고 누군가에게 말을 던질 때가 있다. 그 말은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 같다.'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뭐, 어쩌면 "옛날이 좋았지."와 같은 의미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행복은 언제나 우리 뒤에서 항상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사람은 혼자서는 행복하기 쉽지 않고, 나는 한국의 겨울에 혼자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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