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몬테네그로 ::: 부드바
#1. 부드바에 가볼까? - 미니양
코토르에서의 둘째날, 날은 잔뜩 찌푸려있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뭘 할까 생각하던 끝에 코토르의 근교인 부드바에 가 보기로 했다. 코토르에서 부드바로 가는 버스는 터미널에서 수시로 있는 듯했고, 우리는 30~40분을 달려 부드바에 도착을 했다. (요금 편도 3유로, 창구에서 티켓팅)
마을버스 같은 작은 버스를 타고 부드바 터미널에 내렸다. 생각보다 큰 도시 규모에 '잘못 내린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올드타운의 위치를 물어봤더니, 올드타운은 버스터미널에서 약 15분 정도 떨어진 해안가에 있다고 했다.
산책 삼아 부드바 올드타운을 향해 걷는데, 잔뜩 찌푸려져 있는 하늘과 성난 파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파란 하늘이었다면 더 예뻤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멋졌던 부드바 성벽까지... 코토르와는 또 다른 느낌의 올드타운이었다. 올드타운은 규모가 크지 않아 천천히 둘러봐도 1~2시간이면 다 볼 듯했다.
여름이거나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면 올드타운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바다도 보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럴 수가 없었다. 비수기인데다가 날씨도 안 좋아, 대부분의 카페와 상점들의 문이 닫혀있었기 때문이다. 많이 아쉬웠지만 뭐 별 수 있나? 그저 날씨에 순응할 수밖에...
#2. 갓 구운 빵이 주는 기쁨 - 미니양
아쉬운 마음을 안고 올드타운을 나와 다시 코토르로 돌아가는 길.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만난 대형 슈퍼에서 장을 봤다. 먹고 싶었던 생선도 사고, 맥주도 사고, 갓 구운 빵도 사고... 갓 구운 빵 냄새가 너무 좋아 슈퍼를 나오자마자 빵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빵을 좋아하는 편이라
빵이 맛있는 동유럽의 여행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 곳, 부드바에서 먹었던 따끈한 빵맛은 정말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버스터미널로 길을 재촉하는데...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받쳐 쓰고 걸어가는데, 곧이어 비는 천둥번개와 함께 여름철 장맛비처럼 쏟아졌다. 우산을 쓰는 게 무색하게도 이미 옷과 신발은 다 젖어버렸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땐 비 맞은 생쥐 꼴이 되어버렸다.
다시 코토르로 돌아오는 길, 날씨가 좋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다녀오길 잘했어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역시 부드바의 성난 파도와 갓 구운 빵의 맛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코토르에 도착해서도, 밤이 깊어서도 천둥번개는 계속되었다. 덕분에 남은 코토르에서의 시간은 고스란히 호스텔방에서 보내야만 했다.
코토르에서의 2박 3일은 그렇게 비와 함께였고, 이제 다른 도시로 이동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3. 좋아하는 음식 같은 건 없어요 - 고래군
간혹 빵 굽는 내음이 굶주린 발걸음을 붙들 때가 있다. 향기로만 따지면 밥 짓는 내음보다는 빵 굽는 내음이 사람을 붙드는 힘이 있다. 요즘 서울에는 다시 직접 빵을 굽는 가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덕분에 고맙게도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유독 기운이 없는 날에는 갓 지은 밥이 생각나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인 모양이다.(뭐 한국 사람이라서라기보다는 그러한 아비투스를 가지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갓 지은 밥 한 숟가락 위에 짭조름한 젓갈 한 조각 올려 입에 넣고는 우적우적 씹어 삼키고 있노라면, 조금씩 든든하게 차오르는 포만감이 기운을 차리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그런 질문을 주거나 받는다.
"좋아하는 음식은 뭐예요?"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 질문은 답하기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이다.
"글쎄요? 맛있는 건 대체로 다 좋아해요. 안 먹는 음식은 있지만, 아직까지 딱히 못 먹는 음식은 찾지 못했거든요."
문득 생각해보면 나의 이러한 대답은 어쩌면 꽤나 성의 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요리 이름을 척! 하고 꺼내놓아야 음식을 화제로 하는 이야기가 즐거워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제 말은 그만 하고 움직여야겠다. 움직여야 배고파질 것이고, 배가 고파져야 뭔가를 먹을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