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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Feb 13. 2020

파리 여행, 코로나 때문에 고민된다면?!

2020년 2월 현재 파리


유럽에 온 김에 친구가 있는 파리에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파리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 2개월 전, 한국을 떠나온 친구 부부를 만나기 위해서.

하지만 이 곳으로 떠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동양인 혐오에 대한 소식들이

그곳에 가려는 나에게 내적갈등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포르투갈이야 아직 확진자가 없어 생각보다 평온한 모습이지만, 프랑스는 확진자가 6명에다가, 인종혐오 사건들에 대한 기사가 심심치 않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현재는 확진자가 11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해들었다.)


리스본에서 떠나고 싶지 않을까봐 파리에 숙소까지 미리 잡아뒀는데, 하필이면 차이나타운과 가까운 곳이었고, 거기다 친구는 차이나타운의 분위기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 친구는 옷은 중국인처럼 보이지 않게 단정한 코트같은 걸 입고 오는게 좋겠다고 했고, 최대한 스스로 조심하며 다니는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다. (친구 말에 의하면 추레하게 입고 다니면 중국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했다.) 그런 말들을 들으니, 이렇게까지 신경이 쓰이는데 굳이 파리에 가야할까 라는 생각이 점점 크게 들기 시작했다.


몇 십만원 손해를 보더라도 내가 안전한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 영국에 사는 친구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하지만 영국에서 산 지 10년 가까이 되는 해외생활 베테랑인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사실 차별은 늘 있어왔고, 유난히 요즘이라고 해서 더 심한 것 같지는 않다고.

다만,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환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스크만 쓰고 다니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친구의 말을 듣고 평소보다 최대한 조심하기로 하고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12년만에 다시 찾은 파리는 크게 변화한 느낌은 없었고, 사람들의 분위기 또한 크게 다를 바 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리스본과는 다르게 평소와는 조금 다른 시선들이 느껴지긴 했다.

지하철에서 우리를 보고 다른 칸으로 옮겨타는 아이와 아이엄마를 보았고, 의식적으로 우리를 힐끔거리는 시선 또한 느껴졌다. 우리에게 대놓고 뭐라고 하진 않지만 우리 곁을 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파리 사람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밥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도, 커피를 마시러 들어간 카페에서도, 그리고 물건을 사러 들어간 상점에서도 친절하게 웃으며 맞이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버스에서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해드렸더니, 웃으면서 고마워하시던 모습은 마음 한 켠에 뿌듯한 기분으로 남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3박 4일 동안 꽤 많은 파리의 거리를 온종일 걸어다녔지만, 한 번도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다.

물론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내가 운이 좋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기본적으로 내가 사람보다는 다른 사물들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튀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결국 타인의 경험에 비추어 여행을 갈지 말지 선택하고 결정하기 보다는, 본인의 생각과 소신에 따라 여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나의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최근 파리에 잠시나마 다녀온 나의 경험이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더 좋겠다.


아, 파리에서 간혹 마스크 쓰고 돌아다니는 한국인들을 몇 명 보았는데, 유럽에서는 가급적이면 마스크 쓰고 돌아다니지 말자.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나는 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홍보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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