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두 번째 리스본 한 달 살기
#1. 언덕 꼭대기 전망대- 고래군
우리 그라싸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의 이름은 “Miradouro da Senhora do Monte”이다. 이곳에 오르면 왼편으로 상조르쥬 성을 머리에 이고 있는 언덕이 보이고, 도도히 흐르는 떼주강과 리스본 남쪽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4월25일 다리와, 건너편의 커다란 예수상이 보인다. 꼬메르시우와 피게이라 광장 등에 북적이는 사람들과 달리는 자동차들이 보인다. 더없이 맑은 날에는 해가 질 무렵 서쪽 하늘이 석양으로 불그스름하게 타오르는 멋진 풍경도 볼 수 있다. 간혹 이곳에 앉아 한참 시간을 보내는 여행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잠시 머물며 사진을 찍고는 다른 곳으로 다시 떠나기 마련이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동굴 같은 집에서 언덕길을 잠시만 오르면 바로 이 전망대가 나온다. 그녀와 함께 들고 온 북마크와 엽서를 챙겨 이곳을 찾았다. 사람이 북적일 때도 있지만, 우리가 도착한 지금처럼 한산할 때도 있다. 우리는 엽서와 북마크를 벤치 위에 펼쳐놓고 주저앉았다. 언덕을 찾아온 바람이 우리를 엿보며 스쳐 지나간다. 지나치는 여행자들도 우리를 스쳐지나간다. 우리는 그렇게 잠시 머물렀다. 아무도 우리에게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햇살과 풍경,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박차고 일어서며 말한다.
“에이, 안 팔리네. 그냥 가자.”
#2. 치킨을 아는 한국 사람에게도 맛있는 치킨- 고래군
그녀가 구글 지도를 여기저기 뒤지다가 찾아낸 가게가 있었다. 평점이 매우 높은 치킨 가게라면서, 그리고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좀처럼 닿지 않는 동네에 있다면서, 기회가 되면 꼭 가보자고 했던 곳이다.
Anjos역 근처에 있는 이 가게의 이름은 “Zubir”이고, 그곳에 가기 위해 우리는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야만 했다. 도착해 보니 할랄 푸드 표지를 달고 있는 식당이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두 시쯤이었는데, 가게 안이 꽉 차 있다.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조금 보인다.
그녀와 나도 자리가 나기를 잠시 기다리다가, 집도 멀지 않은데 포장해 가기로 한다. 마침 미니프레쏘에서 할인한다고 박스째로 사둔 맥주도 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온기를 잃지 않은 포장을 뜯자, 집안을 고소한 닭고기의 향기가 가득 채운다. 그녀가 말했다.
“리스본 와서 먹었던 치킨 중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