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고래 Mar 30. 2020

나는 유럽발 입국자입니다

공항 도착 격리 후 코로나 검사와 자가격리

내가 한국에 도착한 날은 3월 22일 오후.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가 시작된 바로 그 날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증상여부를 묻고 체온을 재는 기본적인 검역절차를 마치고, 코로나 검사를 위해 마련된 격리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 앞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정책이기 때문인지 혼선도 좀 있어 보였다. 버스에 붙어있는 행선지는 '경기도 광주'였는데, 버스는 한 시간 넘게 출발하지 않았다. 출발 직전에 함께 탄 경찰분께서 행선지가 '천안'으로 바뀌었다고 통보해준 다음 저녁 여섯 시가 되고 나서야 버스가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안 어딘가에 버스가 멈춘 다음 한 시간 가까이 대기하다가, 이곳이 모두 차서 다른 곳으로 다시 이동해야만 했다. 결국 버스는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으로 향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격리장소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 때 시각이 밤 열두 시 였다.


한국 시각으로 오후 두시에 간단히 요기를 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버스에서 기다리는 것이 솔직히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시설과 필요한 물자 등을 갑자기 마련하느라 고생한 질병관리본부와 경찰, 여타 공무원분들이 꽤나 고생하시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나보다. 결국 그 날은 물도 음식도 주어지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버스에 탄 사람들 대부분이 차분하게 앉아서 기다리고, 질서정연하게 입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부분 1인1실로 입소했지만, 나는 2인실에 입소했다.




밤 열두 시에 검사를 진행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새벽 세 시까지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고, 그대로 둘째 날이 되었다. 아침 여섯 시에 잠이 깨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열어보니, 문 앞에 마치 선물처럼 도시락과 물이 놓여져 있었다. 비어있던 시설을 급히 마련했기 때문인지 침구류나 세면도구 등이 미처 준비되어있지는 않았다.


아침 일곱 시에 다시 방송이 나왔다. 지난 새벽 꼬박 검사를 진행하던 의료진들이 결국 너무 지쳐버리셔서, 다른 의료진이 도착하면 검사를 재개한다는 설명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끼니때가 될 때마다 혹시나 하고 문을 열어보면, 마치 산타할아버지가 몰래 놓고 가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그 앞에 조용히 도시락이 놓여져 있었다. 둘째 날 저녁에는 세면도구도 문앞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둘째 날 오후가 되어서야 코로나 검사는 길다란 면봉을 목에 깊숙하게 한 번, 콧속 깊숙하게 한 번 넣어서 문지른 다음 빼내는 방식으로 수행되었다. 목에 넣을 때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코에 넣을 때는 꽤나 매웠다. 밝게 웃으면서 검사를 진행해주신 의료진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음성판정을 받고, 한국에 도착한지 사흘이 지나서야 드디어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도착한 그대로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자가격리 구호물품을 받았다. 장을 보러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받을 수 있어서 힘이 난다.




::: 집 안에서 간접 꽃놀이 중 :::

+) 자가격리를 한 지 벌써 일주일쯤 지났는데, 이제는 유럽발 입국자들 전원검사는 철회된 듯하다. 다만 자가격리 2주는 필수가 된 듯하고... 자가격리를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를 위해서 타인을 위해서 성실하게 지켜줬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의 마지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