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쁨을 만끽한 그 날을 기다리며
"백신 맞은 사람 해외 여행 가능하다고 나오던데 니 생각이 났어. 백신 얼른 맞고 나가겠구나 싶어서."
라고 며칠 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나를 오래 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있다. 내가 여행을 얼마나 자주 다니는지, 요즘 여행을 다니지 못해 얼마나 답답한지. 백신을 맞고나면 일부 국가에 한해 여행을 갈 수 있도록 해준다는 그 소식을 나도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백신을 맞으면 14일동안의 자가격리를 면제해준다는 이야기. 그 기사를 본 순간 기분이 좋아지면서 '정말 이제 곧 여행을 갈 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손꼽아 기다린 나이지만 당장 비행기티켓을 끊어서 곧바로 떠날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단 난 백신을 아직 맞지 못했다. 잔여백신을 맞기에는 0.1초컷의 치열한 성공률을 뚫지 못할 것 같고, 내 나이대에 맞는 백신일정으로는 8월 이후에나 맞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백신을 맞고 곧바로 여행을 간다고 해도 최소 9월 이후가 되겠지.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단체여행만 인정된다고 하니 혼자 떠나는 자유여행을 즐기는 나로써는 여행을 못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단체여행은 아주 오래 전 회사에서 연수목적으로 갔던 한 번의 경험으로 족한다.)
마지막으로 난 사람이 많은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고 느긋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이 많이 몰릴 초반은 피하고 싶다. 사람이 없는 한밤중의 인천공항을 좋아하는데 사람에 치여 다니는 공항을 경험하고 싶지가 않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이런 저런 이유로 여행은 나에게 아직도 조금은 먼 이야기이다. 하지만 백신접종이 일찍 시작된 나라들이 스포츠경기에 관중들을 빽빽하게 입장시킨 모습을 보면서 작년처럼 막막하기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에 나도 조금 숨통이 트인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점점 여행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 조만간 여행의 기쁨을 만끽할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