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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Sep 21. 2022

폴란드 항공? 글쎄

폴란드 항공 탑승기

 '무료취소/무료 일정변경' 이라는 문구에 홀려 무작정 항공권을 결제했다. 막연히 가고 싶다는 생각에 행선지는 여행자 입국제한 해제를 가장 먼저 한 나라 중의 하나인 노르웨이였다. 백신증명서도 필요없고, 마스크도 쓸 필요없다고 하니 최소한 입국금지는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여행을 많이 못 가는 상황이었던 터라 항공사들은 특가를 내놓았고, 그 중 내 눈에 들어온 곳은 '폴란드 항공(LOT)' 이었다. 유럽으로 가는 항공편을 이것저것 많이 이용해봤지만 폴란드 항공은 처음이었고, 가보지 않았던 바르샤바에서 잠깐이나마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었다. 무려 60만원대에 유럽을 갈 수 있다니... 일단 카드 결제를 해놓고 항공사 후기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폴란드 항공 탑승 후기들은 가성비를 생각하면 괜찮다라는 후기도 있었지만 별로라는 내용들이 많았다. 폴란드 항공의 영문명이 LOT는 Late or Tomorrow의 약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지연이 많이 된다고 했다. 그래도 60만원대의 항공권을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혹시 지연되면 바르샤바에서 놀지, 뭐.' 라는 생각이었기도 했고, 딱히 계획을 세워놓고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항공을 탑승하고 여행을 마무리한 후 내린 폴란드 항공에 대한 나의 생각은... 60만원대 티켓의 유혹을 뿌리치긴 힘들겠지만 웬만하면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항공 스케줄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고, 악명 높았던 지연도 바르샤바-오슬로 구간에서 2시간 정도 야금야금 늦어져서 바르샤바 공항에서 기약 없는 대기를 해야 했던 1번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탑승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먼저 일정 변경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일정을 변경 해야 했는데 폴란드 항공에 연락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항공사 사무실은 한국에는 없다고 하고 영어로 현지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SNS 메시지를 통해서 연락을 해야 했다. 일정 변경 폼을 보내도 답장을 받지 못했고, 결국 폴란드 시차에 맞춰서 전화를 하니 연결이 쉽게 되었다. 하지만 그 또한 일정이 한 번에 바뀌지 않았고, 몇 번의 통화를 한 끝에 겨우 바꿀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기내 서비스였다. 입맛이 까다로운 편도 아니고 기내식은 대부분 맛있다고 생각하고 폴란드 항공도 마찬가지였다. 기내식도 맛있는 편이었고 음료도 잘 받아서 먹었다. 그런데 기내식 2번의 텀이 긴데 마련된 간식은 초코바와 옥수수 스낵이 전부여서 여행 인생 처음으로 기내에서 배가 고프다고 느꼈다. 예전에 탔던 비행기들에서는 사육 당한다 싶을 정도로 먹여서 배부르게 이동했었는데, 배가 고프다니 괜히 서글펐다. 다행히 가져간 간식을 먹으면서 '싼 티켓이었으니까 참자.'하며 바르샤바-인천 구간을 버텼다. 그리고 우리 자리만의 문제였을 수 있겠지만 개인 모니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 11시간 가까운 이동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 자리는 영상이 계속 끊기더니 급기야 인터페이스가 바뀌더니 아무 것도 되지 않았고, 옆자리는 아예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두 자리 모두 휴대폰 충전 단자는 모두 망가져서 꽤나 불편한 상황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 (참고로 인천-바르샤바 구간 모니터는 괜찮았다.)


 세 번째는 모니터 이동 경로에서 계속 거슬렸던 'Sea of Japan'이었다. 서해는 'Yellow Sea'로, '황해'로 표기가 되어 있었는데 동해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어 버전으로는 '동해' 라고 표기 되었지만 영문 버전이나 일본어 버전은 동해가 'Sea of Japan'이라고 표기 되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당연히 한국어 버전으로 볼 거라고 생각하고 한국어로만 '동해'로 표기 되어 있던 것이 화가 났다. 난 대단한 애국자는 아니지만 논란 중인 것을 제대로 알았다면 최소한 두 가지 명칭을 다 써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인천에 내리고 짐을 찾았는데, 두 개 중에 캐리어 하나가 여기저기 부서져 있었다. 그리고 열어본 흔적이 보였다. 열쇠 있는 부분이 아예 뜯겨 있어서 보안검사를 위해서 그런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도 캐리어가 여기저기가 부서진 것과 내 짐을 누가 열어서 뒤졌다는 사실이 기분이 나빴다. 짐을 찾아 카운터로 가서 얘기했더니 새 캐리어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짐 속에 없어진 것이 있거나 망가진 것이 있으면 밖으로 나가기 전에 말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인 직원분의 말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폴란드 항공에서는 처리 해주지 않는다고 지금 짐을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짐 찾는 곳에서 캐리어 두 개를 다 열어서 훑어보고 체크를 해봤어야 했다. 캐리어가 부서진 것 말고는 큰 문제는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피곤해서 더이상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 부서진 캐리어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국적기부터 이런 저런 항공사들을 많이 이용했어도 항공사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다. 너무 싫었어, 라기 보다는 '또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항공사랄까? (물론 아직도 'Sea of Japan'은 너무 기분이 나쁘다.) 항공사를 선택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항공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돈이 전부가 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탑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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