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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Mar 20. 2023

엄마랑 여행 안갈래!

부모님과 해외여행 가기

넌 누굴 닮아 그래?


 부모님 중에 누굴 닮았냐고 물어본다면 지금은 큰 고민 없이 아빠를 닮았다고 말할 것이다. 사실 외모적으로는 어릴 적부터 아빠를 닮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크면서 엄마의 외모를 많이 닮아가고는 있지만 역시 난 아빠를 닮았다. 우리 아빠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셨다.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했고 먹고 싶은 것은 먹어야 했다. 그리고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밖으로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반면에 엄마는 집에서 조용히 책이나 읽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많이 다른 성향 때문에 두 분 싸우기도 많이 싸우셨지만 확실한 한 가지 공통점은 두 분 모두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대단했다는 것이었다. (두 분 몇 십년을 같이 살다보니 나중에는 엄마가 아빠랑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아빠는 엄마를 위해서 카페에 가게 되었다고 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우리 아빠. 그의 딸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고 싶은 것들은 해야 했던 아빠를 보며 착실한 학창시절을 보내던 난 아빠랑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춘기 시절을 지나면서 점점 아빠의 성격을 닮아갔다. 어디 한 군데에 묶여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해보고 싶은 것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갔다. 그 반대로 엄마와는 닮은 구석이 많지 않았다. 엄마는 옛날 말로 '천상 여자'인 사람이다. 성격은 내성적이고 외모적으로도 바람불면 날아갈 것처럼 갸날픈 몸을 가졌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 엄마.


 외모부터 성격까지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우리 모녀는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엄마에겐 첫 해외여행 (그 때 아빠는 지방에서 일하고 계셔서 엄마랑 둘이 가기로.) 내가 회사에 들어가고 그 회사를 나온 직후 퇴직금으로 엄마에게 첫 해외여행을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엄마와 어딜 가면 좋을까 여기저기 찾아보고 고민을 한 끝에 여행지는 홍콩으로 정했다. 맛있는 음식과 차가 있고 더운 날씨에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쇼핑몰이 있고 아름다운 야경도 볼 수 있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그 예상은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보기좋게 빗나갔다. 홍콩에 도착한 엄마는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던 우리 엄마가 아니었다. 여행지에서 엄청 예민해지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엄마의 모습에 나도 당황스러웠다.


 패키지 여행이 아니었으므로 당연하게 내가 여행의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책임을 져야 했다. 먹는 것, 자는 것 그리고 관광의 모든 것들까지. 하지만 해외여행이 낯선 엄마와의 여행은 정말이지 힘든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엄마는 무조건 괜찮다고만 하셨지만 음식은 엄마의 입에는 너무 향신료가 강했고, 다니는 것 또한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셨다. 결국 내가 알아서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골라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와의 첫 해외여행에서 서로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돌아왔던 것 같다. 엄마는 엄마대로, 난 나대로.


 한국에 돌아와서 나도 엄마도 힘들었던 기억 때문이었는지 함께 가는 해외여행은 한동안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이 나는 여행을 더 많이 다니게 되었고 점점 여행자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엄마가 언제 그렇게 넓은 세상과 마주할 수 있었겠는가. 늘 집과 가족 안에서 좁게 살았던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지면서 엄마한테 더 잘해야지, 엄마랑 더 많이 여행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엄마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멀리로는 유럽여행까지 함께 다녀왔다.(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우리 아빠는 혼자서 훌훌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몇 번의 여행을 통해서 엄마도 여행이 주는 낯섦에 익숙해지고 조금은 즐길 수 있게 되셨다. 하지만 우리 모녀는 여전히 여행을 가면 다니는 내내 투닥거리고 다녀와서는 다시는 같이 안 가고 싶다고 하지만 결국 지금도 엄마와의 여행은 계속 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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