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로 인터넷 서점에 입점하기까지
여행이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여행에 관한 책들을 참 많이 읽었다. 단순한 여행기, 그림으로 그려낸 여행 책, 그리고 유명 작가가 쓴 여행 에세이까지... 내가 좋아하는 여행에 대해 쓴 그 글들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여행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점점 똑같은 형태의 책이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그 무렵 이 곳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생겼다. 정보성 블로그 같은 건 운영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내 생각들을 담담하게 써 내려갈 수 있는 여기가 좋았다.
이후 난 '여행책엔 없는 여행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여행에 관한 길지 않은 생각들을 써내려 갔다. 이 곳에서는 그저 내가 여행을 하면서 생각한 것들을 문자로 표현하기만 하면 되었고, 어디에 가면 무엇이 있는가를 소개하기보다는 ‘여행’이라는 말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생각 나는 대로 썼던 그 글들은 시간과 함께 쌓여갔고 그 글들을 묶어 하나의 책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자유롭게 쓴 글들을 그대로 출간하기는 모자랐고, 책은 웹상에서 읽는 글들과는 다르게 구성하고 싶었다. 그리고 종이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전자책이 아닌 종이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 때부터 글들을 정리하고 책의 구성에 대해 고민했는데, 다행히 나의 여행 메이트이자 작가인 고래군의 능력에 기대어 함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시각예술가인 나와는 다른, 작가이자 인문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여행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는 새로웠다. 결국 두 가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여행에 관한 책이 만들어졌다. 여행과 관련하여 TV드라마, 여행프로그램, 자유, 연극, 소설, 음식, 축구, 돈, 건강, 소통, 차별 등의 다양한 소재를 함께 다뤄졌고, 시각예술가와 인문학자라는 두 저자의 개성을 반영하듯, 이야기를 전하는 문체도 경쾌함과 무거움 사이를 왕복하게 되었다.
책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힘이 들었다. 출판사에 글을 보내 출간하는 것이 아닌, 독립출판을 선택했기에 모든 과정을 우리 둘의 힘으로 해야했다. 글을 쓰고 목차를 정하고, 몇 번의 교정을 보면서 글을 다듬어나갔다. 그리고 글에 맞는 사진을 찾고 분위기에 맞게 보정을 했다. 원고가 완성이 된 후에는 책의 디자인 방향을 정하고 디자인을 해서 최종본을 다시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여행책엔 없는 여행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완성된 책은 인터넷 서점에 입점이 되었고, 입점이 된 책을 보니 뿌듯하기 그지 없었다. 나는 디자인과 그림을 전문으로 다루는 직업, 고래군은 글을 전문으로 다루는 직업이었기에 호기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고, 혼자였다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만드는 작업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작업을 함께해준 고래군에게 감사하며, 언젠가 <여행책엔 없는 여행이야기2>가 출간될 수 있도록 계속 글을 써봐야겠다.
<여행책엔 없는 여행이야기>는 알라딘 인터넷 서점, 브런치 책방과 독립서점들에서 구입할 수 있어요.
https://brunch.co.kr/@minigorae/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