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고양이와의 짧은 동거
이번에 머무는 집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카툼'이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는, 왜 이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는지 알 순 없지만 비주기적으로 집사가 자주 바뀐다는 사실에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아파트를 예약하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밥을 주고 화장실을 정리해주는 집사가 바뀌는 것일 뿐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변하지 않는다는 듯이. 고양이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그랬다.
그녀의 존재에 대해 난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단지 아파트를 예약할 때 호스트의 메시지를 통해 아파트에 고양이가 한 마리 살고 있는데 고양이 알레르기가 없냐는 질문만 받았던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동물도 좋아하고 딱히 알레르기도 없었기 때문에, 난 이 집으로 숙소를 잡았다. 사실 고양이가 살고 있다고 했을 때, 나는 막연하게 마당을 오가는 길고양이가 있는 정도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집 안에 들어와 보니, 고양이는 이미 이 집의 주인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리스본에서 머무는 내내 나는 고양이가 주인인 아파트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된 것.
그래서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나는 나대로 함께 지내게 되었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사는 거라서 딱히 크게 신경 쓸 일은 없지만, 어쨌든 사료를 챙겨주고 화장실도 정리해주는 등 집사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동물을 키워본 적은 없어서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며칠 지나는 동안 그것도 익숙해져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녀의 하루 일과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먼저 '카툼'의 일과는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실 문을 앞발로 긁는데 내가 일어나 문을 열면 따라오라는 듯이 앞서가며 나를 쳐다본다. 그러고 그게 끝. 마치 일어나라고 잘 잤냐고 아침 인사를 하는 것 같은? 오전 중에 내가 외출을 하고 오후에 돌아오면 자다 깬 얼굴로 스트레칭을 하면서 나를 맞이한다. 내가 들어가서 식탁에 앉아도 신경도 쓰지 않다가 나가고 싶어지면 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두 앞발로 계속 긁으며 앓는 소리를 내는데, 문을 열어 달라는 신호이다. 문을 열어주면 마당에도 나가고 옆집에도 가고 한참을 놀다 들어온다. 그리고 내가 잠자리에 들려고 작은 조명을 켜면 소파 위에 있는 자기 자리로 올라가서 식빵 자세로 눈을 감는다. 즉 그녀, 카툼은 매일마다 집 뒤뜰에 있는 작은 마당을 거쳐 보다 큰 세상을 둘러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길 반복하는 것이다.
비록 짧은 집사 체험을 하고 있지만, 고양이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그동안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는 것도 같다. 집 안에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이 지내는 것이 얼마나 따뜻한 기분을 들게 하는지라든가, 또는 마음이 울적할 때 그녀가 내 옆에 앉아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라든가 하는 것들을 그 전에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득,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질 날이면 방문을 긁는 그녀가, 고기가 먹고 싶어 애교를 떠는 그녀가, 때로는 개냥이 같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도도한 고양이 같은 그녀가 가끔 보고 싶어질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절대 작은 도마뱀을 선물이랍시고 물고는 문 앞에 서 있던 그녀의 모습만큼은 결코 보고 싶어지지 않을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