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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Sep 21. 2015

소도시가 주는 작은 행복감

2013. 독일 ::: 슈투트가르트/뉘른베르크/밤베르크/하이델베르크


#1. 같은 휴일, 다른 느낌 - 미니양 


 대부분의 유럽여행이 몇 주씩 되다보니, 여행하다보면 휴일을 맞이할 때가 있다. 그 곳을 여행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유럽의 휴일은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시내곳곳으로 쏟아져나와 시끌벅적한 모습이 우리나라의 휴일이라면, 내가 경험한 유럽의 휴일은 거의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공원에서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조용한 모습이다. 첫 번째 유럽여행에서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시간이 그랬고, 두 번째 유럽여행에서 포르투갈이 그랬으며, 세 번째 유럽여행에서는 슈투트가르트가 그랬다. 


 덕분에 주말을 꼬박 보냈던 슈투트가르트에서는 아무 것도 하는 일없이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했다. 다만 슈투트가르트 기차역 안의 매점이나 작은 식당들은 문이 열려있어서 이틀동안의 먹거리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슈투트가르트에서의 이틀은 독일의 소도시들을 다녀오는 체력을 비축한다는 생각으로 푹 쉬며 시간을 보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슈투트가르트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건 기차역 근처에 있었던 한국인이 건축했다는 도서관. 도서관의 사면에 각기 다른 언어로 도서관이라고 새겨져 있는데, 한글 궁서체로 진지하게 '도서관'이라는 세 글자가 새겨져 있었던 것. 도서관 내부도 둘러보고 싶었으나, 여지없이 문이 닫혀 있어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2. 소도시가 주는 작은 행복감 - 미니양 


 여행을 끝나고 돌아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엄마의 기억 속에 가장 좋았던 나라는 독일이다. 생각해보면 아기자기한 유럽의 이미지도, 도시의 편리함도, 내 관심사였던 디자인까지도 모두 충족시켰던 나라가 독일이었던 것 같다. 엄마가 독일이 가장 좋았던 이유는 역시 소도시들이 큰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독일여행 때는 건너뛰었던 독일의 소도시들. 이번 여행에서는 뉘른베르크, 밤베르크, 하이델베르크까지 다녀왔다. 시간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에 모두 당일로 다녀왔지만, 그들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오래 머물면서 숨은 매력까지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 도시들을 가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아직도 아련히 떠오르는 독일의 소도시 풍경.

뉘른베르크 돌바닥 길과 다리, 그리고 뉘른베르크 성에서 봤던 풍경.

밤베르크의 작지만 아름다운 골목골목.

하이델베르크에서 만난, 칸트가 걸었던 철학자의 길. 그리고 다리 앞 분위기 좋은 카페까지.

아쉬움이 남아야 또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독일은 여기까지만 머물고 길을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꽤나 큰 아쉬움을 두고 왔기에, 다시 그 아쉬움을 가지러 언젠가 다시 독일을 찾게 될 것 같다.



::: 뉘른베르크 :::





::: 밤베르크 :::






::: 하이델베르크 :::







#3. 비오는 밤이 더욱 조용한 이유 - 고래군 


 사실 한국은 '밤'이 사라진 지 오래다. 대도시는 둘째치고 작은 도시 마저도 새벽까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편의점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물론 그런 현상이 비단 한국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지금의 우리는 이제 조용한 밤을 누리기 힘들게 된 것이다. 물론 한국의, 도시의 밤이 시끄럽다 해도 낮보다는 그래도 조용한 것은 사실이다. 밤을 낮처럼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그러고 보면 근대화의 기준 중 하나로 '밤이 사라지는 정도'를 포함시킬 수 있을 것도 같다. 근대화와 도시화의 정도와 밤이 사라지는 정도는 거의 정비례 관계에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폭우나 폭설이 내리는 밤에는 오히려 도시가 조용해진다. 눈 내리는 소리와 비가 내리치는 소리가 제법 소란스러울 법 한데도, 되려 평소보다 조용한 밤이 되어버린 것이다. '빗방울 시끄러운 밤'이 아니라, 이제는 '빗방울 소리 말고는 조용한 밤'이 되어버린 것이다.

 소란스러운 도시에서 태어나 살다 보니, '조용한 소도시'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막연한 짐작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언제고 다시 가보겠다는 사람 옆에 붙어서 나도 한 번 가봐야겠다.






독일여행 TIP)

유럽여행 중에 유레일을 끊지 않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버스를 이용하거나, 싼 기차티켓을 찾아서 이동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독일은 버스로 여행하기엔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이리저리 찾다 알게된 것둘이 있다.

- 주티켓 (Länder Ticket)

주티켓은 렌더 티켓이라고 하는데, 각 주별로 하룻동안 무제한으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한 장의 티켓으로 최대 5명까지 이용가능하며, 인원 수가 늘어날 수록 저렴해진다.

고속열차를 제외한 모든 지역열차와 트램, 버스, 지하철까지 이용가능하며, 역 티켓머신에서 직접 구입가능하다.

ㆍ유효시간

월~금요일 : 오전 9시~익일 새벽 3시

토, 일요일, 공휴일 : 오전 12시(0시)~익일 새벽 3시

ㆍ가격

1인/22유로, 2인/26유로, 3인/30유로, 4인/34유로, 5인/38유로

(1인 추가시 4유로씩 추가)

ㆍ바이에른 주티켓 

: 뮌헨, 퓌센, 로텐부르크, 뉘른베르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ㆍ바뎀뷔템베르크 주티켓 

: 프라이부르크, 슈투트가르트, 하이델베르크, 스위스 바젤   

- 주말티켓 (Schönes Wochenende Ticket)

주티켓과 마찬가지로 한 장의 티켓으로 최대 5명까지 이용가능하고, 인원 수가 늘어날 수록 저렴해지는 티켓. 주티켓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해진 시간 내에 독일의 전역을 여행할 수 있는 티켓이라는 점이다. 또한 고속열차,트램, 버스, 지하철을 제외한 모든 지역열차만 이용가능하다. 주티켓과 마찬가지로 역 티켓머신에서 직접 구입가능하다.

ㆍ유효시간

토, 일요일 : 오전 12시(0시)~익일 새벽 3시

ㆍ가격

5인/42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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