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프랑스 ::: 뮐루즈
#1. 무작정 프랑스를 향해 - 미니양
이번 여행에서 숙소 때문에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곳이 스위스.
그 이유인 즉슨, 스위스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기 때문에 예산에 맞는 적당한 숙소를 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도미토리마저 35유로를 훌쩍 넘어가는 상황에서 호텔이라도 갈라 치면 100유로는 족히 내야했다. (고래군: 헉!! 100유로라니!!) 그래서 고심한 끝에 결정한 곳이 스위스-프랑스 국경에다 숙소를 잡기로 한 것이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거리를 재고, 교통편을 찾아가며 결정한 도시는 바젤에서 기차로 30~40분쯤 떨어진 곳, 프랑스 뮐루즈였다. 프랑스인 친구에게 말해도 어딘지 모르겠다고 했던 정말 작은 도시였다.
뮐루즈에 저렴한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서 스트라스부르를 거쳐 뮐루즈에 갈 수 있었는데, 워낙 알려지지 않은 도시였기에 정보도 없었고 찾아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독일철도청에서 뮐루즈까지 교통편을 검색해서 바젤까지 바뎀뷔템베르크 주티켓을 이용해 가려 했으나, 스트라스부르에서 그 티켓을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엄마와 나는 무작정 뮐루즈행 기차에 올랐고, 엄마는 기차에 짐과 함께 잠시 기다리게 하고 난 역무원에게 티켓에 대해 알아보러 갔다. 그 사이 기차는 출발하고 엄마는 내가 기차를 못탄 걸로 생각해 불안에 떨고 계셨고, 스트라스부르의 기차역무원은 규정집까지 펼쳐 꼼꼼하게 찾아봐주고 있었기에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겨우 스트라스부르에서 따로 티켓을 끊어 엄마에게 돌아가니, 엄마는 나를 잃어버렸는 줄 알고 사색된 표정으로 앉아계셨다. 그렇게 겨우 우린 뮐루즈까지 갈 수 있었다.
뮐루즈에 내린 시각은 어둠이 내린 저녁, 이번엔 숙소를 찾아가는 일이 남아있었다.
역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라고 해서 역에서부터 호텔까지 가는 길을 구글지도를 통해 출력했었다. 하지만 어두워져있는데다가 인포메이션도 문을 닫은 시각. 결국 눈에 보이는 큰 호텔에 가서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겨우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프랑스인 특유의 명랑함이 묻어있는 주인장 부부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ㆍHotel Du Musee Gare http://www.hotelmuseegare.com/
#2. 의외의 즐거움 - 미니양
뮐루즈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았지만, 다음 날 둘러본 뮐루즈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평소 미니양의 여행모토인 천천히, 여유롭게...가 가능한 그런 작고 아담한 도시였다. 작은 도시였지만 있을 건 다 있고, 적당히 심심하지 않은 도시. 이 곳에서 나흘을 머무르기로 했다. 여행의 막바지 체력적인 소모가 컸을 엄마를 배려한 것이었다. 바젤 근처에 있었지만 스위스와는 또다른 특유의 프랑스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던 곳이었다. 바게뜨를 사서 들고, 이 곳 저 곳을 걸어다녔다. 그러다 피곤해지면 달달한 마카롱 한 개를 사서 입에 물기도 했다.
바젤이 목적이었지만, 숙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물렀던 뮐루즈에서 예상치 못한 또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이런 즐거움 때문에, 여행계획 따위는 점점 세우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발걸음 되는대로 걷고, 다니는 그런 여행 스타일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여행스타일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내 경우에는 사전예약 없이, 그리고 계획이나 정보없이 다니기 때문에 중요한 관광지를 놓치거나 조금 더 비싸게 여행하는 경우가 생긴다. 여행이란 것이 어차피 스스로가 만족하면서 다니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여행스타일에 맞추기 보다는 각자 고유의 여행스타일대로 여행하면 되는 것 같다.
#3. 낯선 길의 끝은 새로운 길 - 고래군
익숙한 길을 걷는다. 일상이 되어버린 그 길에서 만나는 풍경은 어쩐지 결코 변치 않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이 풍경이 변치 않으리라는 믿음이 익숙한 길에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멈춰서보면, 그 익숙한 풍경에는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의 입구가 포함되어있다. 언제나 스쳐지나가기만 했던 그 길은 내게 익숙함이라는 것은 언제나 낯선 것을 내포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만들어준다.
가만히 그 길로 들어선다. 아마도 이 길로 가면 별다를 게 없는 친숙한 그런 것들이 나올 것만 같다. 그럼 뭐 어때. 난 새로운 어딘가를 또 알게 되는 거야. 그건 정말 굉장한 거잖아?
하지만 간혹 그렇게 낯선 길로 접어들었을 때, 기대했던 이미지와는 다른 풍경들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약간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뭐랄까… 배신감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니 그보다는 내 자신의 '무지'를 직면하고는 그걸 인정하기 싫은 감정이 뒤를 잇는 것이겠지.
그러한 길의 끝은 보통 익숙하거나 기억에 있는 길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간혹 또다른 낯선 풍경으로 가득 채워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슬슬 되돌아갈 타이밍을 생각하기 시작하는데, 그 타이밍의 배후에는 '어디까지 내가 갈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끊임없이 나를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걸 '모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일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이걸 '여행'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