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스위스 ::: 바젤
#1. 가도가도 아쉬운 스위스 - 미니양
스위스는 나에게 아쉬움 가득한 나라 중에 한 나라이다.
2008년에 이어 두 차례나 찾았지만 마음껏 보고 오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곳이 스위스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스위스의 살인적인 물가. 꽤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북유럽을 제외하고 스위스만큼 비싼 물가의 나라를 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물가가 싼 나라들에서 대부분 숙박을 길게 하게 된다. 그래도 이번 만큼은 엄마를 위해서 스위스 곳곳을 당일 여행으로라도 다녀보자! 마음을 먹고 갔으나... 결국 눈물을 머금고, 바젤 당일여행으로 만족해야 했다.
얼마전, TV에 연예인이 스위스를 럭셔리하게 여행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잠들고, 식사하고, 액티비티를 즐기고... 그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아무 걱정없이 스위스 곳곳을 여행해야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나에게 그런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면, 그 때는 아마 내가 여행해보지 못한 새로운 나라들을 향해 배낭을 메지 않을까 생각한다. :D
#2. 바젤은 살고 싶은 도시 - 미니양
뮐루즈에서 바젤까지는 우리 집에서 종로를 가는 것보다 가까운 거리였다. 30~40분 기차를 타고 가면 도착하는 다른 나라. 처음 유럽을 여행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것이 육로로 쉽게 국경을 넘어가는 것이었다. 아기자기한 풍경들을 지나 도착한 바젤. 양 도시의 가까운 거리만큼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공유하고 있었다. 엄연히 다른 나라이지만 출입국 심사도 없이 드나들만큼 가까운 것 같았다.
바젤은 스위스의 목가적인 풍경을 기대하기는 힘든 도시의 모습이었지만, 디자인을 직업으로 하는 나에게는 볼거리가 유익한 도시였다. 너무 예뻤던 스위스 지폐부터 사인물들까지... 도시를 걸으면서 이 도시에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실히 드는 그런 도시였다.
바젤 시청이 보이는, 맥커피마저 비싼 맥도날드에 앉아 사람구경을 하는 것마저 좋았던 그런 곳. 바젤 디자인 대학교에 한 번 발을 들여보며, 여기서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여행 막바지 남은 돈이 많지 않았기에, 궁핍하게 돌아다녀야했던 바젤. 차라리 여행 초반에 스위스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미술관은 봐야 했기에 신용카드를 긁어 엄마와 함께 미술관을 둘러봤다. 이번 유럽여행에서 처음 미술관을 가봤다던 우리 엄마. 고흐의 그림을 비롯해서 유명한 명화들을 보며 활짝 미소짓던 엄마를 보며, 엄마 혹은 아내라는 이름을 위해 스스로를 많이 버리며 살아온거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졌다. 난 과연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 엄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3. 엄마아빠가 되기에는 - 고래군
근래 티비 등에서 아이를 낳거나 키우는 연예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나같이 자기 아이들을 끔찍히도 사랑하고, 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너무나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정말 행복한 것이구나.' 하고 막연히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곧이어 현실로 의식이 돌아오게 되면,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객관적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무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누구 엄마'라는 별칭과 '아줌마'라는 애칭(?)으로 정체성을 갈아탄다. 정부에서는 출산율을 다시 높여야 한다고 다그치지만, 정작 공무원들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는 보도블럭을 헤집는 데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뉴스에서는 일하는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를 광고해주고, 회사에서는 육아와 야근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분유값은 한 통에 오륙만 원은 거뜬히 넘고, 작은 천 몇 장을 이어붙인 아이 옷은 도대체 원가가 얼마일까를 끊임없이 고뇌하게 만든다.
나중에 아이도 낳고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싶긴 한데,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힘들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스위스는 좀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