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침묵은 어떤 소리를 내는가?
<파수꾼> 등의 대표작을 통해 ‘알레고리 작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극작가 이강백의 최근작 <챙>이 작년에 이어 2015년 올 해 다시 올라왔다. 작년 한명구, 손봉숙 두 명배우를 통해 관객들에게 선보인 이 작품이, 이번에는 손봉숙의 모노드라마로 각색되었다. 알레고리를 잘 사용하는 이강백답게 이 작품 역시 실종된 심벌즈연주자 함석진에 대해 담담히 꺼내는 이야기 속에 담긴 독자 또는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읽는 즐거움이 있는 연극이다.
이번 모노드라마 <챙>은 실종된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의 아내 이자림(배우: 손봉숙)이 함석진이 몸을 담았던 교향악단에 찾아와 남편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지휘자와 연주자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객들이 교향악단의 지휘자 박한종과 연주자들이라는 설정이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빈 무대에는 작은 탁자 하나와 의자 두 개, 심벌즈가 놓인 작은 테이블, 그리고 레코드 몇 장이 꽂힌 턴테이블이 있다. 여러 가지 소품중에서도 심벌즈는 무대 가장 뒤쪽, 그러니까 관객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 위치한다. 여러 가지 소품 중에서도 존재감이 가장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자림이 심벌즈를 맞부딪혀 소리를 내면서 그 양상이 변하기 시작한다. 고요한 극장을 갑작스레 가득 채우는 소리를 통해 심벌즈는 자신의 실존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극이 흘러갈수록 그 존재감은 점점 무겁고 커져간다.
이자림이 몇 번이고 부딪혀 소리를 내는 심벌즈 소리는 무대에 부재하는 함석진의 침묵과 등가 관계에 있다. 산울림 소극장의 소박하고 편안한 공간에 심벌즈 소리가 ‘챙!’, 그리고 다시 ‘챙!’하고 울릴 때마다 사실 관객들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었을(하지만 어쩌면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심벌즈연주자 함석진의 부재를 만나는 것이다.
따라서 연극의 제목이 심벌즈 소리 ‘챙’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작가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 소리의 배후에 있는 침묵에 담겨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기나긴 교향곡의 박자를 묵묵히 세면서 침묵에 무게를 더해가는 함석진의 심벌즈는 관객들에게 ‘당신의 침묵은 어떤 소리를 내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타이틀 사진출처 : 문화뉴스 http://www.dreammed.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