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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Sep 26. 2023

제2회 레드카펫 영화제-영화 <없는 이름>

잘 만든 패치워크(Patchwork) 제품

 2023년 9월 의정부에서 ‘제2회 레드카펫 영화제’라는 독립영화제가 열렸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 영화제는, 우리가 보통 ‘인디 영화’라고도 부르는 독립영화(Independent film)를 대상으로 한다.     


 안도영 감독의 영화 <없는 이름>(2022)은 상실과 애도를 영상으로 표현한다. 과거에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등학생 딸을 가진 엄마 ‘경애’(오민애 분)가 운전면허학원에서 다닌다. 그리고 그곳에서 딸 ‘아영’과 함께 사고를 겪었던 ‘지원’(임예은 분)을 만난다.     


 영화에서 ‘운전면허’는 두 사람이 각각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상징한다. 제목 ‘없는 이름’은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진 자의 이름을 지칭하며, 그에 대한 기억을 가진 주체들이 현실에 남아있다는 것을 뜻한다. 영화의 영어 제목이 <An Empty Name>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체가 사라지고 기호(‘아영’이라는 이름표)만 남아있는 대상에 관하여, 두 사람 ‘경애’와 ‘지원’은 여전히 애도 중이다. 그리고 운전면허 취득에 자꾸만 실패하게 되면서 영화 내부에서 각각의 애도는 끊임없이 지연된다.     


 애도의 지연은 우울의 정동을 생산한다. 그리고 상실, 애도의 실패, 우울이라는 도식은 프로이트 이후의 정신분석학이 정립한 중요한 테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영화 <없는 이름>은 실체가 사라진 대상을 나타내는 기호인 죽은 자의 이름을 두고 엄마와 친구라는 두 인물이 그려내는 우울에 대한 여러 개의 이미지를 이어붙인 퀼트(Quilt) 직물, 그중에서도 특히 여러 개의 조각천을 이어붙여 만드는 패치워크(Patchwork) 직물과도 같다.     


 <없는 이름>이라는 이 패치워크 직물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은 안정적이었고 컷과 컷 사이를 이어붙인 바느질의 수준도 정교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거리 조절도 적절해서 영화의 시작과 끝 사이를 이동하는 속도감도 쾌적한 편이고, 빛도 잘 조절했고 색감이나 질감도 괜찮았다.     


 그래서인지 솔직히 이 작품에서는 기존에 존재하는 기성 영화들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마치 여러 디자이너들을 고용한 유명 대기업에서 디자인하고 대량으로 생산해낸 괜찮은 가격으로 만족스럽게 구매할 수 있는 기성품 같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재료를 준비하고 아무개 직공에게 제작을 맡긴 결과물 같다고나 할까, 어쨌든 안도영 감독만의 특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강렬한 뭔가를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함께 관람한 다른 세 편의 작품들과 비교해볼 때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운이나 울림의 진폭은 가장 좁았다. 마치 예쁜 것만이 반드시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 영화가 놓치고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안도영 감독은 <경계인>이라는 차기작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있다. 이번 작품이 다음에 선보이는 작품과 함께 놓이게 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미처 찾지 못했던 감독 고유의 색깔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차기작을 만나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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