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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Dec 28. 2023

초여름, 홋카이도 풍경을 보다!

자유여행자의 일일투어 이야기

 초여름의 어느 날, 홋카이도로 향했다. 조금은 이르지만 여름 휴가를 떠나기로 한 것인데, 사실은 마침 항공권이 싸게 나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항공권을 예약할 때까지만 해도 한가하기만 해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리랜서들의 삶이란 늘 그렇듯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기 마련이다. 여행을 떠나는 날이 다가오는데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이벤트 항공권이었으니 날짜를 변경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작업용 노트북을 짊어지고 홋카이도로 향해야만 했다. 게다가 삿포로에 도착해서도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붙들고 일하느라 꾸준히 바빠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 나의 여행 일정도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미 여러 번 홋카이도 여행을 했잖아. 이번처럼 낯선 환경에서 일을 해보는 경험도 괜찮아.'

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려 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전의 홋카이도 여행에서는 가보지 않았던 곳을 일일투어로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바로 비에이와 후라노, 그 중에서도 계속 궁금했던 장소인 '청의 호수'였다.


삿포로역 옆에 위치한 터미널에서 출발!  ⓒ미니고래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엔 비용도 비싸고 과정도 복잡해서 일일투어 프로그램을 찾아본 것이었다. 여기저기 들춰보고 헤맨 끝에 적당한 투어를 찾게 되었다. 청의 호수가 포함되어 있었고, 점심식사까지 포함된 투어가 1인 7만 원 대였다. 가격은 서로들 비슷했지만 세부일정이 조금씩 달라서 내가 원하는 장소와 옵션이 포함된 투어를 고르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나의 투어 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아침 일찍 삿포로역 집합- 후라노 포도농장- 후라노 와인하우스- 점심식사- 팜 도미타- 사계의 언덕- (마일드세븐 언덕 등 버스로 지남)- 청의 호수- 삿포로 시내 도착


 사실 '청의 호수'가 가장 궁금했기 때문에, 선택에 있어서 다른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각 장소에 도착하자 멋진 풍경들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조금 더 여유롭게 그곳을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역시 일일투어 프로그램은 하루에 많은 장소를 들러야 하니 걸음이 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았다. (한 장소에 길게 머무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후라노 포도농장, 롯카테이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주 멋졌다.  ⓒ미니고래


 처음 도착한 후라노 포도농장은 일본 영화 <해피 해피 와이너리>가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넓게 펼쳐진 포도농장을 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고, 그대로 포도농장 옆 '롯카테이'에서 느긋하게 멍 때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난 투어 중이니까 정해진 시각에 맞춰서 아쉬움을 남겨두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후라노 와인하우스에서 먹은 점심, 와인을 주문하려면 추가비용을 내야 했다.  ⓒ미니고래



라벤더로 유명한 팜 토미타. 6월은 라벤더가 필 시기가 아니라서 다른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미니고래



사계의 언덕, 꽃의 향연까지는 아니었지만 멀리까지 보이는 풍경이 좋았다. 홋카이도산 감자 고로케도 먹어주고!  ⓒ미니고래


 포도농장을 출발해서 후라노 와인하우스에서 퐁듀와 함박스테이크로 점심식사를 했다. 그리고 광활한 부지에 꽃 천지였던 팜 도미타를 거쳐 사계의 언덕에서 탁 트인 풍경을 마주하고 나서야, 드디어 내가 오래 전부터 원했던 청의 호수로 출발!


오히려 비가 와서 더 운치있었던 청의 호수, 소망을 이뤘다.  ⓒ미니고래


 출발 때부터 날씨가 흐려서 우산을 챙겨 갔는데, 청의 호수로 가는 길에 결국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오는 날만의 운치도 있는 법이다.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함께 청의 호수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물속에 반쯤 잠겨있는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수에 다다르자 드디어 보고 싶었던 '청의 호수'를 만날 수 있었다. 난 우산을 쓰고 그 자리에 서서 그 풍경을 한참 바라 보았다. 번잡한 도시가 아닌 이곳은 새삼 고요했다. 내리는 가느다란 빗소리가 가장 크게 나는 소리였다. 금세 삿포로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더 느긋하게 볼 순 없었지만, 그래도 눈으로, 사진으로 청의 호수를 가득 담고 삿포로로 돌아왔다.


 날씨가 좋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 한 가지만 빼면 대체로 아주 만족스러운 투어였던 것 같다. 이번 일일투어는 일본 회사에서 진행하는 투어였는데, 한국어로 소개된 음성 가이드가 준비되어 있어서 언어의 차이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한 가지 약간 더 아쉬웠던 점은 집합 장소가 자세히 안내되어 있지 않아서 삿포로 터미널에서 조금 헤매는 바람에 집합시간에 늦을 뻔 했다는 것! 자유여행을 즐기는 나지만 가끔 이렇게 일일투어 정도는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 번에는 한겨울 눈 쌓인 홋카이도 투어를 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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