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이루 레스토랑 <O Ramiro>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7년에 처음으로 '리스본 한 달 살기'를 할 때의 일이었다. 근교 여행 삼아서 포르투에 며칠 갔다가 다시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도를 살펴보다가, '아베이루'라는 도시 이름을 보게 되었다. 이어서 아베이루에 관하여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포르투갈의 베니스'라고 소개하는 정보를 보면서 이곳이 운하를 가진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어딘가에서는 포르투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는 것과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를 수 있는 위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늘 그렇듯 별다른 계획 없이 여행을 하는 나는 문득 아베이루라는 도시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궁금해졌으니 아베이루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계획한 것도 아니었고 운하가 있다는 것 말고는 딱히 별다른 정보를 찾아본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아베이루역에 내려서부터는 정처 없이 걷기만 했다. 걷다 보니 배가 고파졌고, 가느다란 비가 흩날리는 날씨라서 더더욱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가 그리워졌다.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메르까도(Mercado), 그러니까 시장이라는 이름이 적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은 그리로 들어갔다. 비도 오고, 시장이면 아무튼 먹을거리든 볼거리든 있을 테니까. 크지 않은 규모의 시장 내부는 잘 정돈이 되어 있었고, 게다가 마침 시장 안에는 테이블과 좌석을 놓고 영업 중인 음식점이 있었다.
무작정 레스토랑 자리에 앉았고, 곧바로 주인 할아버지께서 주문을 받으러 오셨다. 그 때의 나는 포르투갈어라고는 단어 하나조차 모를 때인데 메뉴판에는 영어 한 글자도 안 적혀 있다. 그런데 할아버지도 영어를 전혀 못하시는 모양이고... 서로 난감해 하던 와중에, 갑자기 주인 할아버지가 옆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청년을 부르면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자 한창 식사중이었던 그 아저씨는 곧장 우리 테이블로 와서는 '포크(Pork)', '치킨' 같은 간단한 영어 단어로 우리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통역(?)하면서 주문을 대신 받기 시작했다. 손님을 불러다가 종업원으로 부려 먹다니! 게다가 웃는 얼굴로 흔쾌히 달려오다니! 분명 어릴 때부터 여기를 자주 찾아온 단골 손님일 것만 같았다.
손짓 발짓을 더해가면서 간신히 주문을 했다. 그때부터 조리를 시작하더니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음식이 나왔는데, 이런 세상에! 이렇게 맛이 있다니!! 배가 고파서였는지 흐린 날씨에 몸이 으슬으슬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너무 맛있어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접시를 싹 비우고 에스프레소까지 주문해서 한 잔 하고는 정말 기분 좋게 레스토랑을 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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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벌써 7년 전의 일이다. 그 후로도 '아베이루'의 이름을 접할 때마다 다른 무엇보다도 소박하고도 따뜻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그 시장 레스토랑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 때의 그 기억이 정말 강렬하게 남았던 모양인지, 언젠가 다시 한 번 아베이루에 가서 꼭 그 레스토랑에 가보리라 마음을 먹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거의 매년 포르투갈에 갔지만, 어쩐지 이런저런 이유로 아베이루에는 가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7년만에 드디어 다시 아베이루를 찾아가기로 했다. '혹시 레스토랑이 없어졌으면 어떻게 하지?'라든가, '주인 할아버지는 아직 계실까?'와 같은 약간의 걱정을 안고, 아베이루 역에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정말이지 아주 다행스럽게도 레스토랑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주인 할아버지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7년이 흐르는 동안 이제는 포르투갈어 메뉴판 단어 정도는 조금씩 읽을 수 있게 된 나는, 비교적 편안하게 주문을 했다. 그리고는 나 혼자 반가운 마음에 신이 나서는 레스토랑 곳곳, 시장 곳곳을 둘러보며 식사를 기다렸다. (그 사이 여기에도 드디어 영어 메뉴판도 생긴 모양이다.) 여전히 이곳의 식사는 맛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마치고는, 반가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나는 주인 할아버지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번역기를 돌려 "나는 7년 전에도 여기 왔었고 식사가 정말 맛있었어요."하고 말씀드렸다.
그저 짧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을 뿐이었다. 정말 단지 그 뿐이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셔서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이어서 당신 아들이 지금 한국에서 지내고 있다면서 엄청 반가워하셨다. 대화는 번역기를 통해 할 수 밖에 없어서 무척이나 느리고 힘들었지만, 그 와중에 아드님이 우리나라 핸드볼 국가대표팀에서 감독님? 코치님?이란다. 이게 무슨 일!! 너무 신기해서 놀라는 나에게 주인 할아버지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하셨지만, 언어의 장벽 때문에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감사하다고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리고는 레스토랑을 나섰다.
나중에 우리나라 핸드볼 남자 국가대표 감독을 검색해봤더니 진짜 포르투갈 국적 감독이었다. 그 감독님이 주인 할아버지의 아들인 건가? 너무 신기한 우연이었다. 번역기라도 있어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만, 사실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가장 컸다. 다음에 아베이루에 갈 때는 포르투갈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더 공부를 해서 가야겠다. 그 때까지 주인 할아버지가 건강하시길, 레스토랑이 건재하길 바라본다.
O Ramiro
Mercado Manuel Firmino, Loja 1, 3800-223 Aveiro, 포르투갈